"GPT를 업무할 때 자주 사용하는데 결과물을 만들고 회사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아도 성취감보단 '내가 한 게 맞나?'라는 생각에 요즘 괴로워요."
한 직장인이 이달 초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 '리멤버'에 올린 고민글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조회수 1만1000회를 넘어설 정도로 직장인들의 관심을 받은 것.
이 글을 올린 A씨는 "물론 GPT가 알려준 내용을 그대로 쓰진 않았다. 글을 써야 한다면 초안은 무조건 직접 쓰고 검토를 맡겼다"며 "(GPT를 쓰면서) 사고력은 점점 떨어지는 것 같고 자신감도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이 글을 본 리멤버 직장인 회원들은 대다수가 "AI 활용 능력도 업무 역량"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직장인은 "누구나 AI를 사용하지만 누구나 같은 결과를 내진 않는다"라며 "자동 사냥하는 게임도 실력차가 난다. 사고가 넓은 사람이 AI 활용도 잘 한다"고 응원했다. 다른 직장인은 "한 달 걸려도 못할 일을 1주 만에 했다면 회사로서도 이득"이라며 "AI를 잘 쓰는 것도 능력"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AI는 유용한 도구", "기술이 도입될 경우 겪는 중간 과정", "AI가 모르는 부분을 알려주면 리마인드 학습하면 된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들 의견으로 보기엔 그간 여러 설문조사에서 "AI 활용 능력도 업무 역량"이란 결과가 쏟아졌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잡플래닛 조사를 보면 직장인 762명 가운데 91.1%는 AI를 활용하는 것도 업무 능력의 일부라고 입을 모았다.
잡플래닛은 이에 대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챗GPT를 익숙한 업무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라고 풀이했다.
노동시장에 갓 진입했거나 곧 들어설 예정인 Z세대 사이에서도 이와 같은 인식이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 13일 발표한 'Z세대의 생성형 AI 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는 AI 활용 능력을 '경쟁력'으로 인식했다. '생성형 AI 고관여 사용자'로 분류된 19~29세 사용자들 중 59.5%는 새로운 AI 기능이나 도구가 있는지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조사를 통해 'AI 활용 능력'의 연상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에선 '현대 사회의 필수적 역량', '발 빠르게 앞서 나가는 모습'이란 표현이 포착됐다. 특히 앞서 고민을 털어놓은 A씨와 달리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인되기도 했다.
다만 대학생·직장인 구분없이 Z세대 응답자 절반 이상은 과도하게 AI에 의존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주목할 만한 점은 Z세대가 AI 활용 능력을 하나의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Z세대는) 오히려 AI 활용 능력을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은 매력적인 역량으로 인식했다"고 분석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