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또 빨간불이지만…'발굴·실험·도전' 동아시안컵의 가치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4천426명.

7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개막전을 찾은 관중 숫자다.

엄연한 A매치인데도 K리그2(2부 리그) 경기만큼도 안 되는 관중 수를 기록하면서 흥행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는 예고된 결과다.

30도를 넘는 무더위에 습도도 높아 팬들이 경기장을 선뜻 방문하기 힘든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미르스타디움은 교통이 좋지 못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주차 공간이 워낙 협소해 자가용으로 찾아가기도 쉽지 않고, 대중교통편도 충분치 않다. 용인 경전철은 미르스타디움을 스쳐 지나가지만, 정작 역이 경기장 근처에 없다.

더 큰 부진의 요인은, '스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지 않아 각 참가국은 국내 리거들 위주로 선수단을 꾸린다.

동아시안컵 한국 선수단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한 선수는 골키퍼 조현우(울산)뿐이다.

국내 평가전마다 '흥행 보증수표'인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뮌헨) 등 유럽파 선수들이 없기 때문에 흥행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건 한국 축구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중일을 오가며 열리는 이 대회에서 늘 반복돼 제기된 문제다.

2022년 일본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중국의 경기엔 단 200명이 입장했다.

가시마에서 치러진 일본과 홍콩의 개막전에는 4천980명이 방문했다. 이는 올해 대회 한국과 중국의 개막전과 크게 차이 없는 수치다.

거듭된 흥행 부진에도 동아시안컵이 지속해서 열리는 건, 이 지역 축구 교류의 장을 만들자는 대회 취지에 한중일 3국 축구계가 공감하고 때로는 '흥행 이상의 가치'도 얻어가기 때문이다.

지윤미 대한축구협회 홍보실장은 8일 연합뉴스에 "동아시안컵은 아시아 축구의 중요한 축인 한중일 3개국과 홍콩 등 다른 회원국들이 한데 모여 친선을 도모하는 한편, 각 대표팀은 큰 부담 없이 새로운 선수를 발굴하고, 참신한 전술 시도도 해 보는 무대"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명보 한국 대표팀 감독은 중국전에서 아직 대표팀에 완전히 녹아들지 않은 선수들이 많은데도 과감하게 스리백 수비전술을 시도하는 실험을 했다.

또 후반 교체 투입된 선수들까지 포함해 총 6명의 선수에게 A매치 데뷔의 기회를 줘 실전 테스트를 했다.

유럽파가 출동하는 월드컵 예선이나 평가전 등 '승부'가 중요한 경기였다면, 쉽게 할 수 없었던 선택들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있기에 이번 동아시안컵은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한국과 일본에 더 소중하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은 대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쌓은 경기력, 경험이 '레벨업'으로 연결돼 대표팀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을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같은 약체엔 동아시아 강국들과 맞붙는 것 자체가 소중한 도전의 기회이기도 하다.

EAFF는 주축인 한중일에 더해 대만, 북한, 마카오, 괌, 몽골, 홍콩, 북마리아나제도 등 7개국 축구협회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한중일을 제외한 나라들은 동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하려면 치열한 예선을 거쳐야 한다.

ah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7/08 16:22 송고 2025년07월08일 16시22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