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태극기 두른 다문화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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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400m 계주에서 동메달의 기적을 일군 국가대표팀의 두 번째 주자는 ‘엘진’이라 불리는 나마디 조엘진(20)이었다. 귀화 용병이 아니다.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 토박이다. 육상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마의 10초 벽’을 깰 기대주로 꼽힌다. 한국 밖에서 살아본 적 없는 조엘진이 이국적인 외모로 놀림을 받을 때마다 그의 어머니는 “국가대표가 돼서 성적을 내면 편견이 없어질 것”이라고 다독였다. 조엘진은 어머니의 선물인 ‘beyond 9.99(9.99초를 넘어서)’가 새겨진 금반지를 끼고 달린다. ▷마지막 주자는 조엘진이 롤모델로 언급했던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23)였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부모님이 경기 안산시에 정착한 뒤 비웨사를 낳았다. 서울에서 안산까지 지하철을 타면 1시간 내내 객차를 뛰어다닐 정도로 달리기를 좋아했다.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고 전날 예선 실격 소동을 ‘액땜’이라고 부를 만큼 한국어가 술술이다. 하지만 어머니가 귀화로 국적을 취득한 중3까지 국적이 없어 공식 대회에 나갈 수 없었다. 비웨사는 동메달 시상 직후 “어제가 엄마 생일이었어요. 엄마, 축하드려요”라며 최고의 생일 선물을 했다. ▷“질 생각이 없었다.”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금메달을 딴 이해란(23)은 그 근성을 어머니한테 물려받았다고 한다. 필리핀인인 어머니는 한국인 아버지를 만나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런데 이 선수가 태어나기도 전에 사별했고, 낯선 땅에서 홀로 이 선수를 키웠다.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이 선수는 “앞으로 더 많은 국제대회에서 태극기를 걸겠다”고 했다. 이번에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서핑의 팔미아노 카노아 희재(18)도 아버지가 필리핀 출신이다. ▷태극전사로 뛴 재일교포들도 있다. 유도 여자 57kg급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허미미(24)는 “한국 선수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한국 국적을 택했다.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이다. 시상대에 오른 허 선수는 가슴에 손을 얹고 번역기를 돌려가며 외웠다는 애국가를 불렀다. 유도 여자 63kg급에 출전한 김지수(26)도 일본 효고현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다문화 국가대표의 활약에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식의 댓글이 달리곤 한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다운데 단지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이런 차별을 겪는다. 이들이 태극기를 두르고 포효하고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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