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평균 커피음료점 수는 9만533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3개 줄었다. 1분기 기준으로 커피음료점 수가 줄어든 것은 2018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2018년 4만5000여 개에서 2023년 9만3000여 개로 5년 만에 배로 늘며 무섭게 성장하더니 감소세로 돌아섰다. 4만7800여 개에 이르는 치킨 피자 등 패스트푸드점, 5만3000여 곳의 편의점도 1년 전보다 숫자가 줄었다. ‘창업 3대장’ 모두 폐업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자영업 대표 업종들이 부진한 것은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이 장기화한 영향이 크다. 1분기 소상공인 업체 1곳당 평균 매출은 전 분기보다 13% 줄었다. 하지만 내수가 살아나면 자영업 위기가 저절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 한 사람이 이미 하루에 커피 1.1잔, 한 달에 닭을 2.2마리 소비하는데, 더 많이 먹고 마시길 기대하긴 어렵다. 소비 패턴의 변화, 온라인 시장 확대 등의 문제도 있다. 근본적으론 포화상태에 이른 자영업의 구조조정 없이는 위기 해소가 쉽지 않다.
▷한국은 취업자 5명 중 1명이 자영업자일 만큼 자영업 의존도가 높다. 이른 퇴직에 내몰린 뒤 재취업이 어려운 사람들, 은퇴 후 생계가 막막한 사람들이 자영업으로 몰린다. 프랜차이즈 초기 창업비용이 적어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한몫한다. 앞으로도 문제다. 한국은행은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7년 뒤에는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가 25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충분한 준비 없는 생계형 창업이 증가하면 과당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고 창업과 폐업의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생존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에 대해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채무조정이나 탕감, 대출 지원 확대 등을 약속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폐업을 고려하는 자영업자들에게 퇴로를 터주고, 막막한 예비 창업자들에겐 좋은 일자리 대안을 찾아주는 등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고민해야 한다. 카페가 포화상태면 대신 스터디카페를 창업하면 된다는 마리 앙투아네트식 접근으론 고질적인 자영업 위기를 넘을 수 없을 것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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