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의 개발사인 오픈AI는 지난 2월 5~30분 동안 자동으로 웹사이트를 탐색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인 딥리서치(Deep Research)를 발표했다. 이어 기존 생성형 AI 모델인 GPT-4와 추론 AI(o3-mini, o3-mini-high, o1), 딥리서치의 기능을 모두 포함한 차세대 범용 AI 모델인 GPT-4.5를 출시했다.
GPT-4.5는 가장 저가의 유료 모델인 챗GPT 플러스(월 20달러) 사용자에게도 제한적으로 시범 서비스되고 있는데, 이를 한 번이라도 맛본 사용자들이라면 탁월한 성능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다. GPT-4.5의 매력 중 하나는 예전처럼 프롬프트를 정확하게 입력하지 않더라도 훌륭한 답변을 해낸다는 점이다. 이른바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일 잘하는 똑똑한 AI 비서가 탄생한 것이다.
이처럼 강력한 고객 흡입력을 바탕으로 GPT-4.5의 서비스 가격이 월 2만달러(2880만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챗GPT 프로(월 200달러) 사용가격의 10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월 2만달러가 고가이긴 하지만, 다수의 박사급 연구원이 필요한 기업과 기관에서 업무와 연구의 효과적 수행을 위해 충분히 수용 가능한 금액이라 얘기한다.
이와 같은 고성능 AI와 더불어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특정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지능형 시스템인 에이전틱 AI(Agentic AI)가 쏟아지고 있다. 에이전틱 AI는 복잡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도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작업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AI와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오픈AI뿐만 아니라 경쟁사인 구글, 메타 등 빅테크와 앤트로픽, 코히어와 같은 유망 스타트업이 모두 에이전틱 AI 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는 에이전틱 AI가 AI의 최종 발전 단계인 피지컬 AI로 나가는 필수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 개최된 MWC 2025에서 다수의 기업들이 에이전틱 AI 모델을 발표한 것도 궤를 같이 한다. SK텔레콤이 자사의 에이전틱 AI인 'Telco AI Agent'를 발표하고, LG유플러스가 에이전틱 AI '익시오(ixi-O)'를 공개한 것은 2030년까지 47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에이전틱 AI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조치다.
이처럼 똑똑한 비서로 진화하는 고성능 AI와 인간을 대신해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가 범람하는 현 시점에서 기업들은 어떤 대처를 해야 할까? 우리는 그 해답을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개선한 기업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AX 전환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더존비즈온의 사례를 살펴보자. 회계 소프트웨어(SW)로 출발해 전사자원관리(ERP) 시장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은 더존비즈온은 업무의 전 과정에 AI를 도입하고, 활용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AX 전환에 기반한 기업의 체질 개선을 바탕으로 지난 해 매출액 4000억원을 돌파하였으며, 2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주가 또한 지난 2년간 3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시가총액은 2.1조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실적 개선은 경영진 주도의 데이터 기반 경영과 AI를 바탕으로 한 직원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기반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솔루션으로 널리 알려진 카페24도 마찬가지다. 카페24는 AI 기술을 활용해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한 것은 물론, 42개에 이르는 AI 전문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고객사의 업무 효율화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경영진의 AI 리더십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당연하다. 이에 힘입어 인터넷 쇼핑몰의 부침이 심한 현 상황에서 카페24의 주가는 최근 2년간 3배 이상 상승했다.
AX 전환에 성공한 기업의 공통점은 경영진이 나서서 직원의 AI 활용을 독려하고, AI 활용에 익숙한 직원들이 업무의 전 과정에 AI가 녹아들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개선했다는 점이다. 즉, AI로 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킨 것이다.
AI 시대에 모든 기업이 초거대 언어모형을 개발하고, AI를 전공한 석박사급 인력을 채용할 필요는 없다. 모든 기업이 한 장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GPU를 확보할 이유도 없다. 중요한 것은 AI를 잘 이해하고, 활용해 해당 산업에 적용하는 것이다. 제조, 유통, 금융, 헬스케어 등 각 산업의 특성에 맞게 AI를 적용하고, 이를 바탕으로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진이 나서서 AI 리더십을 발휘하고, 직원이 AI 리터러시를 갖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AI 시대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업의 AX 전환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똑똑한 비서와 에이전틱 AI를 잘 활용하는 기업이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황보현우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