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는 그 대표적 사례다. 2018년 베네수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하이퍼인플레이션(130%)을 겪었지만 종합주가지수인 IBVC는 7만3000% 폭등했다. 이듬해에도 물가가 9586% 상승하는 가운데, 주가는 19만9569% 치솟았다. 그러나 같은 시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8%, 이듬해에는 ―27.3%로 추락했다. 생필품과 의약품은 품귀 현상을 보였다. 국민의 삶이 무너진 위기 속에서도 주가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경제 기반이 흔들릴 때 나타나는 주가 급등은 ‘부(富)의 착시’에 불과하다. 환율 불안과 기업 경쟁력 상실, 화폐 가치 붕괴가 뒤따르면 증시는 실물 경제와 괴리된 허상이 된다. 한국 경제가 이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주가 지표보다 환율 안정, 물가 관리, 기업 경쟁력 강화 같은 기초 체력에 무게를 둬야 한다.
그중에서도 연구개발(R&D)과 혁신 역량,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는 장기 성장 잠재력을 지탱하는 핵심이다. 그러나 현실은 모순적이다. 정부는 인공지능(AI) 산업에 수십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AI 기초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은 17년째 사실상 등록금이 동결된 탓에 교수 충원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인재를 길러내는 토대가 무너진 채 산업 육성만 외친다면 AI 전략은 공허한 구호로 끝날 수 있다.경제의 지속가능성은 눈앞의 주가가 아니라 실물 경제와 제도적 기반에서 비롯된다. 베네수엘라가 보여준 교훈은 분명하다. 주가 상승은 결과일 뿐이며, 기초 체력이 무너지면 그 상승은 오래가지 않는다. 한국 경제가 주식시장이라는 거울에만 매달리지 말고, 안정성과 경쟁력이라는 근본 과제를 직시할 때 비로소 주가의 상승은 ‘성공의 신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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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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