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한국인 청년이 만든 가상자산(암호화폐) '스토리(Story, IP)'가 한국 금융시장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기관투자자 상품군에 등재되는 쾌거를 이뤘다.
약 50조원 규모의 가상자산 상품을 운용하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은 이승윤(34) 스토리 대표가 이끄는 가상자산 스토리(IP)의 투자신탁(Trust) 상품군을 출시한다고 31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레이스케일은 미국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큰 투자 관리 회사 중 하나로 성장, 350억달러(약49조원) 가량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그레이스케일의 투자 신탁 상품은 단일 코인 자산에 대해 미국에서 인증된 기관 및 적격투자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관투자자를 위한 일종의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처럼 활용된다.
그레이스케일 투자 신탁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규모가 크고 안정성을 인정받은 소수의 코인만을 엄선해 상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단 25개의 코인만이 그레이스케일 신탁 제품으로 출시됐다.
이번 그레이스케일 신탁 상품군 편입으로 IP 토큰은 미국 기관투자자 시장에 입성한 최초의 한국계 가상자산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스토리는 토큰 발행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기관투자자 상품이 출시된 이례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그레이스케일은 세계적으로 주목받아온 대형 알트코인이라도 투자신탁 제품 출시까지 최소 토큰 발행 이후 3~4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만 투자신탁 상품화를 진행해왔다.
이처럼 스토리가 미국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내로 기관투자자 시장에 진출한 배경에는 다른 가상자산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실사용 사례들과 비전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美기관투자자 주목한 '스토리'…하루 1억달러 넘게 거래
이승윤 대표가 2022년 창업한 스토리는 미국 최대 벤처펀드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1억4000만달러(약1959억원) 규모 3연속 리드투자를 단행, 당시 약 3조원의 밸류를 인정받으며 시작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스토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창작자의 IP 소유권을 보장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 및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창작자의 콘텐츠나 아이디어부터 2차 창작물까지 모든 종류의 IP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소유권을 명확히 하고, 정당한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스토리는 탄생한지는 불과 5개월 가량이 된 신생 프로젝트지만 내로라 하는 글로벌 파트너와 협업해 IP 기반 수익화 모델을 혁신하고 있다.
이미 방탄소년단(BTS), 저스틴 비버, 블랙핑크, 에스파, 마룬5 등 국내외 정상급 아티스트들의 음원 IP들이 스토리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되고 있다. 또 스토리는 AI 훈련 과정에 필수 자원인 IP의 혁신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테이블 디퓨전 모델을 개발한 세계 최대 오픈 소스 AI 기업 스태빌리티 AI(Stability AI), AI 디자인 플랫폼 아블로(ABLO), 캐주얼 슈즈 브랜드 크록스(Crocs),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발망(Balmain) 등과도 협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700만 유저를 보유한 국내 최대 IP 거래 플랫폼인 ‘네이버 OGQ마켓’의 운영사 OGQ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현재까지 스토리 블록체인 위에서만 170만건 이상의 IP관련 거래가 일어났고, 20만명이 넘은 월간 활성화 이용자(MAU)가 스토리 제품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1일(현지시간) 그레이스케일은 "AI와 창작자 경제가 급팽창하면서 디지털 권리를 규정·집행할 인프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기관투자자용 IP 투자신탁 상품을 출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가상자산 통계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스토리는 1억 3000만달러(약 1819억원) 넘게 거래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80조 달러 글로벌 IP시장 잡는다"
현재 글로벌 IP 시장은 약 80조달러(약10경원) 규모에 달하며 국경 간 IP 사용료 지불액만 매년 1조달러(약1457조원)를 초과한다. 하지만 이같이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IP거래는 국가별로 상이한 규제와 법률 등으로 인해 복잡한 법적 절차와 계약을 통해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진행돼 왔다.
스토리는 이처럼 기존에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중앙집중형 IP 등록·사용·거래 절차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업, 개인 등 모든 창작자들이 국경에 관계 없이 쉽게 IP를 등록하고 수익화 할 수 있도록 돕는데 주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80조달러(약 10경원) 규모의 IP 자산 클래스를 스토리 인프라를 통해 블록체인에 연결함으로써 IP 보유자라면 사람은 물론 AI 에이전트까지 자신의 IP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이승윤 스토리 대표는 "이번 그레이스케일의 스토리 상품 출시는 스토리의 기술력과 비전을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글로벌 자산기관들의 스토리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되면서 AI와 창작 생태계 전반에서 IP가 새로운 자산 계층으로 자리잡는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두현 블루밍비트 기자 cow5361@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