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시즌 첫 승 디섐보 "한국 팬들 환상적… 내년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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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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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팬들의 환대 덕분에 고향에서 경기하는 듯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갈비 등 한국 음식도 환상적이었지요. 한국에 있는 매 순간을 즐겼습니다."

커트 탈락없는 54홀 샷건 형식, 파티 분위기의 파격적인 대회. 기존 골프대회의 틀을 깬 LIV골프의 첫 한국 상륙이 성공한 데는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32·미국)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360야드를 넘나드는 압도적인 장타에 후반에만 7개의 버디를 치는 압도적인 경기력, 팬들에 대한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까지 더해지면서 우승과 함께 한국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디섐보는 4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파72)에서 열린 LIV골프 코리아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7개에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9언더파를 기록한 그는 같은 팀 소속 찰스 하월3세(미국)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자신의 첫 승으로, 디섐보는 개인전 상금 400만달러(약56억1000만원)를 받았다. 소속팀 크러셔GC가 팀전 우승까지 따내며 75만달러(약 10억5000만원)를 추가해 총 475만달러(약 66억6000만원)를 벌었다.

디섐보는 이번 대회 최고의 '빅 샷'이었다. 주최측은 케빈 나, 대니 리, 장유빈 등 한국계 선수들이 주축이 된 '아이언 헤즈' 팀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팬들은 세계적 스타인 디섐보에 열광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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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과 2024년 US오픈 우승자인 그는 2022년 LIV골프 출범과 함께 활동 무대를 LIV골프로 옮겼다. 공을 소금물에 적시고, 모든 아이언을 같은 길이로 맞추는 등 골프에 물리학 지식을 접목에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다. 한때 몸을 극단적으로 키워 폭발적인 장타를 만드는 유행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가 '필드의 괴짜 물리학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SNS를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다. 작년 11월에는 SNS 라이브로 자신의 집 마당에서 2층 높이의 집을 훌쩍 넘겨 뒷마당에 있는 그린에 홀인원 도전하는 모습을 중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스로의 소개처럼 "골프 선수이자, 엔터테이너"인 셈이다.

앞서 1, 2라운드에서 디섐보는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두 라운드 모두 보기 없이 각각 7언더파, 6언더파를 치며 4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섰다.

하지만 이날 디섐보는 전반 9개 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며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그는 "이상하게 전반에 긴장이 됐다. 내내 긴장하다가 8번홀에서 퍼팅이 잘되면서 '9번홀부터는 긴장을 내려놓고 어린아이처럼 쳐보자'고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그사이 같은 조이자 같은 팀인 호월3세는 4타를 줄이며 그와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10번홀(파4)부터 그는 질주를 시작했다. 이 홀 버디를 시작으로 15번홀(파5)까지 4타를 줄였다. 호월 3세 역시 물러서지 않고 버디 5개를 추가하며 우승경쟁의 고삐를 풀지 않았다.

승부는 16번과 17번에서 갈렸다. 공동 선두를 지키던 하웰 3세가 16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주춤한 사이 디섐보가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으며 2타 차로 달아났다.

18번홀(파5)에서는 짜릿한 플레이를 펼쳤다. 티샷이 워터해저드 바로 옆에 떨어져 위기를 맞는듯 했지만 디섐보는 그림같은 아이언샷으로 핀 10m 옆으로 공을 보내 오히려 이글찬스를 만들어냈다. 이 홀을 버디로 마무리지으며 디섐보는 2타차 우승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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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뒤 기자회견에서 디섐보는 "대니 리와 케빈 나가 '한국에 꼭 와야한다'고 했는데 한국에서 정말 멋진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가 열리는 사흘간 매일 1000명 이상의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다고 한다.

자신처럼 세계적 골프선수를 꿈꾸는 한국의 골프 꿈나무들에게는 "골프 자체를 즐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골프를 즐기게 되면 더 잘하고 싶어지고, 매일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장타를 위한 조언도 건넸다. 그는 "투어를 목표로 한다면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며 스피드 트레이닝을 해야한다. 15살 전후의 선수는 매일 드라이버샷 30~50개를 최선을 다해 쳐보면 한두달 뒤 스피드가 느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스피드 게임이 탄탄해지면 웨지 훈련을 하라"고 조언했다.

디섐보는 지난달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라운드에서 챔피언조로 나섰지만 우승을 놓쳤다. 그는 "남은 세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하겠다"며 "욘 람, 스코티 셰플러, 호아킨 니만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 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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