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리더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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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리더의 변신은 무죄

리더십에는 정답이 없다. 오히려 리더십 스타일이 너무 다양한 것이 문제다. 카리스마형, 전략형, 코치형, 서번트형, 트랜잭셔널형, 레세페르(방임)형 등 이름조차 생소한 리더십 유형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어떤 리더십 스타일도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중요한 점은 리더는 이 중 하나의 유형에 고착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많은 리더가 자신의 스타일을 하나로 규정하고 스스로를 구속한다. “나는 원래 카리스마 스타일이야” “나는 자유롭게 맡기는 편이야” “나는 원칙과 결과 중심이야” 이렇게 스스로 규정짓는 순간, 리더십은 유연성을 잃고 굳어져 버린다. 때로는 MBTI 같은 성격 분석 틀을 참고 삼아 자신을 이해하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도구들은 성격의 일부 특성을 설명할 뿐 역동적인 리더십을 만들어 나가는 데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조직이 처한 상황은 매일 바뀐다. 팀이 커지고, 사람이 바뀌고, 기술이 출현하고, 시장이 요동치며 수시로 위기가 찾아온다. 다른 상황을 동일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요구되는 리더십 스타일도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에서 이런 장면을 자주 본다. 초기에는 팀 빌딩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코치형 리더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업이 성장하고 투자를 받고 팀원이 열 명, 스무 명으로 늘어나면 방향을 제시하고 목표와 책임을 명확히 나누는 전략형 리더가 필요해진다. 그리고 사업이 흔들릴 때는 다시 변화를 주도하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해진다. 말 그대로 리더십은 상황에 따라 ‘변신’해야 한다.

훌륭한 리더에겐 상황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스타일의 리더십을 구사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본인의 성격과 맞지 않는 리더십 스타일도 어느 순간에 요구될 수 있다. 일관성을 고집하다가 상황 적응에 실패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자기다움보다 중요한 건 맞춤형 리더십이다. 특정 성향이 너무 강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다양한 스타일을 실험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사람과든 적절한 리더십의 요소를 조합할 수 있는 역동적이고 능동적인 리더십이야말로 지금 같은 변화의 시대에 맞는 리더의 자질이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라는 생각에 안주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유연한 존재인지라 조금만 관찰하고 연습하면 누구나 다른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내 고유의 스타일이 아니라 당면 상황이 어떤 리더십을 필요로 하느냐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적어도 리더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리더는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하며 그래야 조직도 살아남을 수 있다. 상황에 맞게 다양한 스타일을 고민하고 시도해야 한다. 그래서 리더의 변신은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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