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대 때부터 돈을 벌며 사글셋방을 전전했다. 20대에는 부산의 화려한 야경을 보며 ‘저 많은 불빛 중 하나라도 언제쯤 내 집이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변호사가 되면 꼭 내 집을 마련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청약통장을 개설했다. 10년을 기다려 당첨된 첫 아파트에서 아이들과 8년간 행복하게 살았다. 이후 정치에 입문해 지역구로 이사하면서 생애 처음으로 마련한 아파트를 팔고 해운대의 다른 동네로 옮겼다. 집값 등락은 있지만 내가 살고 싶은 지역에서 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감사하다.
국민 누구나 살고 싶은 곳에 내 집을 장만하겠다는 희망을 품는다. 그것은 욕심이 아니라 삶의 기본이다. 그 지극히 당연한 꿈을 국가가 하루아침에 꺾어버린다면 국민은 크게 실망한다.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하고, 성실한 국민의 꿈이 제도 때문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1주일,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외치지만 국민이 느낀 것은 정책 효과보다 배신감이었다.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고위 인사들이 전세를 끼고 재건축 투자에 나서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분노가 커졌다. 그런 가운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1차관이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말하자 대출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국민의 마음은 무너졌다. 본인은 이미 집을 가진 채 국민에게만 기다리라고 하는 듯한 태도는 불신에 불을 질렀다.
대책 이후 현장의 혼선은 실수요자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담보인정비율(LTV)이 축소되면서 낮은 금리 대출로 갈아타려던 국민이 수억원의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자 줄이려면 거액의 원금부터 갚으라니 말이 되느냐”는 하소연은 정책의 빈틈이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왔다는 방증이다. 세제와 금융정책이 하루 사이에 뒤집히는 혼선 속에서 정책 신뢰는 무너지고 있다.
공급 대책도 답보 상태다. 공공재개발·재건축 제도는 도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착공 실적은 ‘제로’다. 추진 대상 45곳 중 절반이 후보지 단계에 머물며 행정 절차와 주민 갈등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는 도심 공급 확대를 외치지만 현장은 규제 강화로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추진 동력의 약화가 곧 공급 위축으로 이어져 중장기적 집값 불안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규제가 아니라 신뢰 회복이다. 정책 담당자부터 투명한 재산 공개와 이해충돌 방지를 실천해야 한다. 공정하지 않은 정책은 시장을 움직이지 못한다. 국민은 “집값을 잡겠다”는 구호가 아니라 “공정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기다리고 있다. 신뢰를 잃은 정책의 비용은 통계보다 무겁다. 정부가 낮춰야 할 것은 집값이 아니라 국민의 불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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