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AI·로봇이 만든 신발,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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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AI·로봇이 만든 신발, 세계로!

신발은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생활필수품 중 하나다. 짚신은 민초들의 발을 감쌌고 고무신은 해방과 근대화를 함께 걸었다. 운동화는 산업화의 속도를 닮았고 기능성 신발은 웰빙의 흐름을 품었다. 신발의 변천은 곧 사회의 변화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오늘날 신발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이 됐다. 중저가 일상용부터 고급 기능성 제품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고급 장화, 샌들, 러닝화, 등산화 등 수많은 제품군이 생활 전반에 스며 있다. 신발은 단순한 보호구가 아니라 개성과 문화를 드러내는 도구가 됐다.

부산은 그 무대의 한가운데 있다. 창신, 태광 같은 기업이 쌓은 제조 기술이 여전히 살아 있기에 인공지능(AI)·로봇을 접목한 사업화 시도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구축, 자동화 공정, 데이터 기반 디자인과 맞춤형 생산 같은 흐름이 본격화하면서 장인은 창의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기술은 장인의 손길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손길이 더 멀리 닿게 하는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우리 신발산업이 뛰어야 할 곳은 글로벌 무대다. 과거와는 사정이 다르다. K팝과 K드라마가 세계를 흔들듯 K슈즈 바람이 불어오기를 기대해보는 것은 꿈일까. 부산의 크리스틴컴퍼니는 AI 기반 신발 제조 플랫폼을 통해 생산 공정을 혁신하며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고 바크는 ‘회복’의 서사를 담은 리커버리 슬리퍼로 젊은 세대와 호흡하며 브랜드의 힘을 넓혀가고 있다.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두 기업 모두 글로벌 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소비자는 단순히 튼튼한 신발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품은 이야기에 매혹된다. 신발도 이제 문화로 수출돼야 한다.

자본의 흐름 역시 달라지고 있다. 과거 소비재 산업은 토종 자본 중심이었다면 최근 글로벌 자본은 한국 콘텐츠·소비재의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 자본이 한국 신발산업에 투자한다면 글로벌 진출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이다. 한때 세계적 신발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점령해 소비자를 열광시켰듯이 이제는 한국 신발이 세계 무대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차례다.

일각에서는 신발을 사양산업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AI와 로봇 기술, 스타트업들의 새로운 도전, 글로벌 자본의 관심이 더해지면서 우리는 ‘신발산업의 부활’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신발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다. 사람의 일상을 지탱하는 필수품이자 한 도시와 한 세대의 꿈을 담은 상징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다시 뛰어오를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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