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1조7050억달러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에 이어 미 50개 주 중 4위에 올랐다. 세계 순위로 환산하면 15위인 스페인 GDP와 비슷하다. 내수를 뒷받침하는 인구도 많다. 지난해 말 기준 2337만 명으로 50개 주 가운데 3위다. 최근 2년간 유입된 인구는 46만7374명으로 2년 연속 증가율 1위였다.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 등을 보유해 우주 방위산업의 본거지로도 불린다. 최근에는 벨기에 아이멕 등 세계적 반도체 연구소와 관련 기업을 유치하며 반도체 클러스터 ‘네오시티’를 건설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 지표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한국과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GDP 상위 미국 5개 주 가운데 한국 직항편이 없는 주는 플로리다뿐이다. 플로리다의 가장 큰 행정구역인 오세올라카운티의 헌터 킴 경제진흥원 원장이 오는 25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리는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5’에 참가한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트럼프 사이언스: AI와 양자 기술로 에너지, 우주 밸류 업’이다.
헌터 킴 원장은 “플로리다는 규제와 세금을 최소화해 경제 활력이 그 어떤 곳보다 높다”며 “미래 미국의 중심축은 동부의 뉴욕과 서부의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남부의 플로리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헌터 킴 원장과 차기 재미 한인 과학기술자 협회(KSEA)회장에 선출된 윤용규 플로리다대 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가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를 대담 형식으로 정리했다.
▷플로리다는 어떤 곳입니까.
헌터 킴=“플로리다는 미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곳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 자격을 두고 경쟁한 론 디샌티스 주지사에 따르면 플로리다는 미국의 남미 무역 교역량의 3분의 1을 담당합니다. 남미 수출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죠.”
▷경제 성장률이 의외로 높습니다.
헌터 킴=“2019년 1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플로리다 GDP는 21.9% 증가했어요.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성장률인 11.1%의 두 배에 가깝습니다. 지난해 1분기 플로리다의 민간 부문 고용 증가율은 2.1%로 미국 평균인 1.7%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같은 기간 실업률은 3.3%로 미국 평균인 4.0%보다 낮았죠.”
▷비결이 뭔가요.
윤 교수=“플로리다주 시민은 연방소득세만 내면 됩니다. 주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배당, 이자, 연금, 자본이득 등 모든 형태의 소득에 대해 세금이 없어요. 주식과 부동산, 암호화폐 수익에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습니다.”
▷주 재정을 어떤 재원으로 조달합니까.
헌터 킴=“상품과 서비스 구매 시 지불하는 판매세와 연방정부로부터 받는 다양한 명목의 지원금으로 주 살림을 운영합니다.”
▷다른 주는 어떻습니까.
헌터 킴=“플로리다를 포함해 텍사스, 테네시, 네바다, 와이오밍, 사우스다코타, 알래스카, 뉴햄프셔까지 총 8개 주가 개인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이 중 플로리다와 텍사스는 인구가 많고 경제 규모가 큰 주여서 고소득자와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법인세는 어떤가요.
헌터 킴=“플로리다는 법인세율이 5.5%에 불과합니다. 캘리포니아 법인세율 8.84%, 뉴저지 9%, 일리노이 9.5% 등보다 훨씬 낮아요.”
▷글로벌 기업이 많은 텍사스도 법인세율이 낮지 않나요.
헌터 킴=“텍사스는 법인세율이 0%지만 ‘총수입세’(Gross Receipts Tax) 같은 대체 과세 제도를 운용합니다. 법인세는 영업이익에 대한 세금이지만 총수입세는 매출에 과세하기 때문에 기업의 실제 수익과 관계없이 세금 부담이 과도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류 인프라는 어떻습니까.
헌터 킴=“플로리다는 미국 동남부의 교통물류 허브입니다. 화물선과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수출입 화물 처리와 연료·광물·원자재 등의 대량 운송이 가능한 수심 15m 이상 심해 항구가 14개가 있어요. 대규모 상업 공항도 20개 있습니다.”
▷플로리다가 한국 반도체에 관심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윤 교수=“국가 안보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 미국 내 제조업 경쟁력 복구 등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해 반도체산업 육성에 나섰습니다. 이곳엔 우주항공, 정보기술(IT), 의료기기, 자동차 등 반도체와 연관성이 높은 산업이 발달해 ‘K반도체’와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어요.”
▷韓·플로리다 직항은 언제 개설 되나요.
헌터 킴=“인천국제공항공사가 올해 1월 플로리다 올랜도 직항 노선을 개설하기 위해 오세올라카운티와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노선은 아시아와 플로리다를 잇는 첫 직항 노선이 될 전망입니다. 일본도 플로리다 직항이 없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 남부의 경제권역을 선점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을 오가는 관광객이 늘겠군요.
헌터 킴=“K팝, K드라마, K푸드에 대한 플로리다 시민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플로리다는 남미의 관문이기 때문에 K팝을 선호하는 남미의 젊은 층을 한국으로 유입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겁니다.”
▷교육 여건은 어떤가요.
윤 교수=“연구개발(R&D) 역량을 키우려는 플로리다 주정부의 의지는 대단합니다. 우수 교수진과 학생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경제 매체 포브스는 지난해 미국 공립대학 순위에서 UC버클리, UCLA, UC샌디에이고에 이어 플로리다대(UF)를 4위에 올렸어요. 시사주간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는 플로리다를 2017년부터 2024년까지 8년 연속 ‘고등학교 교육’(Higher Education) 부문 1위에 선정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시대에 주목할 과학기술은 무엇입니까.
윤 교수=“우주 방위산업과 AI의 동력인 소형 원전, 소형 핵융합 등 에너지 기술을 주목해야 합니다. 과학기술 외교가 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까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토털 디플로머시’(총체적 외교) 국면으로 진입했습니다. 과거의 과학 외교가 학술 교류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국제 정세를 바꾸는 핵심 역할을 할 겁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