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의 셰프'로 '빵' 떴다? 10년 넘게 차근차근 배우 윤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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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셰프'로 '빵' 떴다? 10년 넘게 차근차근 배우 윤서아

캐스팅 확정 후 촬영까지 남은 시간은 3일. 그 안에 사투리부터 요리까지 준비해야 했다. 주인공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매 회차 작지 않은 비중으로 활약해야 했던 만큼 부담감도 적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tvN '폭군의 셰프' 서길금 역으로 주목받은 윤서아의 이야기다. 많은 사람이 '폭군의 셰프'로 윤서아를 기억하지만,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번 활약은 아역배우로 시작해 10년 넘게 차근차근 쌓아온 내공이 빛을 본 덕분이라는 평이다.

'폭군의 셰프'는 프랑스 요리로 세계적인 경지에 오른 셰프 연지영이 조선 최악의 폭군으로 불리는 연희군의 시대로 타임슬립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연지영 역에는 윤아, 연희군 역에는 이태민이 활약했고, 윤서아가 맡은 서길금은 미래에서 온 연지영이 연희군 다음으로 마주하며 우정을 쌓는 인물이다.

연지영을 만나기 전 길금은 먹고 살기 위해 목포에서 서울로 왔고, 채홍을 피해 숨어 살았다. 냄새를 잘 맡은 동물적 감각에 위기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행동하며 생존해온 인물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자라 온 윤서아는 걸출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길금으로 분하기 위해 "여수 외갓집에 연락했다"고. 하지만 "외가에서도 사투리를 많이 쓰진 않는다"며 "전작 JTBC '옥씨부인전'을 함께한 홍진기 배우가 전라도 사투리를 잘하는 데 '폭군의 셰프'에 '맹숙수' 맹만수 역으로 출연한다고 해서 SOS를 청했다. 대사 하나, 음률까지 잡아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폭군의 셰프'로 '빵' 떴다? 10년 넘게 차근차근 배우 윤서아

길금이 주목받으면서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사진들도 주목받았다. 여성스럽고 청순한 분위기의 윤서아 '본체'와 검게 칠한 얼굴에 주근깨까지 분장한 길금의 온도 차가 커 더욱 주목받기도 했다. 윤서아는 "길금은 그 시대 사람이고, 지영 아가씨는 현대에서 온 사람이라 외적으로 차별이 돼 보이면 더 부각이 될 거 같았다"며 "그래서 피부톤을 다운시키고, 투박한 모습으로 친근함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준비를 사흘 만에 마쳤다는 것에 놀라움을 자아냈다. 윤서아는 "초반에는 극 중 지영 아가씨와 이끌어가는 분량이 있어서 대사량이 많았는데, 그걸 다 외워야 해서 노트로 필사하며 캐릭터 분석을 하고 메모했고, 사투리의 음률 표시나 이런 걸 따로 만들어 노래를 외우듯 대사를 외웠다"고 준비 초반 고군분투했던 과정을 전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한 나날이었다"며 "함께 해주신 분들 덕분"이라고 공을 함께 나눴다.

"연출자인 장태유 감독님의 오랜 팬이었어요. 감독님 전작인 MBC '밤에 피는 꽃' 오디션을 봤는데, 그때 예쁘게 봐주셨는데, 조율 과정에서 함께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기회를 주셔서 전 그저 감사했어요. 촬영이 임박했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걱정만 하면 저를 좀 먹는 거 같아서, 그런 떨림을 좋은 방향으로 승화시키려 노력하고, 걱정되는 만큼 더 대본에 집중하려 힘썼어요."

윤서아는 2000년생으로 이채민과 동갑이다. 그는 "촬영장 막내 포지션이었다"며 "다들 잘 챙겨주셔서 잘 적응할 수 있었다. 특히 윤아 언니가 잘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3일 만에 촉박하게 준비해서 긴장되는 마음도 있었고, 연기를 할 때 준비해 간 애드리브를 말하면 언니는 편하게 다 맞춰줬어요. 저희의 호흡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준 거죠. 그래서 저도 언니랑 친해질 수 있었어요. 시청자분들이 그런 저희의 호흡을 좋아해 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장태유 감독은 촬영량과 강도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면을 다양한 각도와 앵글로 '따고 따고 또 딴다'고 해서 '장따고'로 불릴 정도다. 소화해야 하는 촬영 분량도 많지만, 대기 시간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윤서아는 이런 환경에 "대기 시간마다 선배님들과 놀 수 있어서 더 돈독해졌다"며 "전우애도 생기고,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폭군의 셰프'로 '빵' 떴다? 10년 넘게 차근차근 배우 윤서아

중학생 때부터 단편 영화, 광고에 출연해 왔고,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대국민 하니찾기 프로젝트 최종 10인에 들 만큼 끼도 상당하지만 "아이돌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며 "사람들의 감정을 다루고, 말하는 연기가 전 매력적인 거 같다"고 소신을 전했다.

성인이 된 2021년부터 본명인 '임선우'가 아닌 예명인 윤서아로 활동 중인 그는 "더 늦기 전에 교복을 입어 보고 싶다"며 청춘을 그리는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고등학생 시절에 겪는 고민들과 해보고 싶어요. 조금 더 궁극적으로 나아가서 배우라는 직업은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고 새겨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유의미한 뭔가를 남기고 싶은 게 제 소망이거든요. 역사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작품에도 참여하고 싶어요. 그게 제 궁극적인 연기 목표입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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