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정치와 경제 사이에 낀 트럼프 행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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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정치와 경제 사이에 낀 트럼프 행정부

최근 미국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미국의 저명한 보수 정치 운동가이자 보수 성향 단체 ‘터닝포인트 USA’ 설립자 찰리 커크가 유타밸리대에서 연설 도중 저격당한 사건이다. 원거리에서 발사된 총알 한 발이 그의 목에 치명상을 입혔다.

커크 암살 사건은 미국 사회 내 정치 분열이 얼마나 심각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을 시작하자마자 보수와 진보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생길 수 있는 정책을 폈다. 예를 들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폐기하고 성소수자 등의 활동에 제약을 가했다.

트럼프, 美 보수층 결집

반이민 정책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서류를 갖추지 못한 이민자를 대거 단속하고 나섰다. 이민자 보호에 적극적인 소위 ‘피난처 도시’에 주 방위군을 배치하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피난처 도시는 보스턴 시카고 등 미국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이 두터운 지역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강경한 정책은 미국 사회 내 진영 간 분열에 불을 붙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정책을 펴는 것은 정치적 측면에선 별로 잃을 게 없기 때문이다. 논란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동시에 보수층을 더욱 결집했다. 트럼프 지지층은 민주당의 포용적 이민 정책이 불법 이민자를 늘렸고, 이에 따라 미국 내 치안 문제와 세금 낭비 등이 생겼다고 믿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노림수가 일으킨 불똥이 엉뚱하게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에 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ICE가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서류 미비를 이유로 체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민자 단속이 보수층에서 열광적 지지를 얻자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퇴출에 열을 올린 결과다. 정치적 지지층 결집을 위한 단기적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투자 환경을 훼손하고 동맹국 기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경제 지지율 낮아

해외 기업 사이에선 이민자 단속이 또 다른 투자 리스크로 부상했다. 미국 주재원들이 적법한 비자를 취득한다고 해도 공장 건설 인력의 비자까지 일일이 점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합법적 투자 기업조차 불법 이민자 단속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폭스뉴스가 실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는 트럼프 행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의 결과물이다. 국경 안보 분야는 지지율이 57%로 역대 최고 수준인 데 비해 경제 부문 평가는 39%로 역대 최저치에 근접했다.

때마침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나는 다른 나라나 해외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겁먹게 하거나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고 올렸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를 의식한 발언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언급만으로는 기업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어렵다. 실제 정책 변화가 없다면 해외 기업의 투자 위축은 불가피하다. 정치적 지지도 경제적 어려움 앞에선 힘을 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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