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꿈꾸는 우즈베크 출신 '복싱 아시아 챔프' 최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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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A 아시아 챔피언 차지하고 라이트급 세계랭킹 11위 올라

"따뜻한 정에 끌려서 선택한 한국…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옻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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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챔피언을 향한 '펀치'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WBA 아시아 챔피언 최시로가 20일 서울 강남구 KW1 복싱클럽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뒤 훈련하고 있다. 2025.5.20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시로, 80% 힘으로 하는 거야. 너무 세게 때리면 안 돼."

최완일 FW1 대표의 한마디에 최시로(24)는 씩 웃으며 함께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동료 예누리(23)와 스파링을 시작했다.

최시로는 라이트급, 예누리는 두 체급 위인 미들급임에도 두 선수는 실제 경기보다 더 치열하게 주먹을 나눴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복싱 하나만 보고 지난 2023년 한국으로 온 최시로와 예누리는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훈련한다.

세계 챔피언을 차지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말 한마디 안 통하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 가운데 먼저 앞서간 선수는 최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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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같은 스파링에 한창인 최시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WBA 아시아 챔피언 최시로가 20일 서울 강남구 KW1 복싱클럽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뒤 훈련하고 있다. 202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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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복싱협회(WBA) 아시아 챔피언인 최시로는 지난달 20일 경기도 남양주체육문화센터에서 열린 요시노 슈이치로(일본)와 아시아 챔피언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11라운드 TKO 승리를 거뒀다.

WBA 라이트급 세계 랭킹 11위까지 올라간 최시로는 이 체급 챔피언이자 세계 최고의 복서 저본타 데이비스(30·미국)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린다.

최시로는 20일 서울 강남구 FW1 복싱클럽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데이비스의 스타일과 링에서의 움직임을 좋아한다. 언젠가 맞붙는 것을 꿈꾸고 승리하고 싶다. 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최완일 FW1 대표는 "데이비스가 은퇴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만약 그렇게 되면 WBA 라이트급 챔피언은 공석이 된다. 시로의 지금 기량이면 잠정 챔피언까지 올라가는 데는 문제 없다"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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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중인 최시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WBA 아시아 챔피언 최시로가 20일 서울 강남구 KW1 복싱클럽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뒤 훈련하고 있다. 202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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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고난 복서 최시로…"메이웨더도 지닌 '트위치 머슬' 발달"

최시로의 모국인 우즈베키스탄은 세계적인 복싱 강국이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우즈베키스탄은 남자 복싱에 걸린 7개의 금메달 가운데 5개를 휩쓸었고, WBA와 IBF 통합 슈퍼밴텀급 세계 챔피언 출신의 무로존 아흐마달리예프 같은 뛰어난 프로 복서도 숱하게 배출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많은 복서를 배출한 지역인 안디잔 출신인 최시로는 복싱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6살 때 복싱을 시작했다.

아버지는 평소 "내 아들이 세계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고, 최시로는 순조롭게 성장해 우즈베키스탄 복싱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러나 그는 아마추어 무대에서 아픔을 맛본 뒤 프로 전향을 결심했다.

최시로는 "두 번 정도 편파 판정을 겪었다. 저에게도 부족한 점은 있었겠지만, 심판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로로 전향해 내 실력대로 챔피언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최완일 FW1 대표와의 만남은 최시로의 인생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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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로의 왼손 훅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WBA 아시아 챔피언 최시로가 20일 서울 강남구 KW1 복싱클럽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뒤 훈련하고 있다. 202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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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소개로 2023년 최시로를 만난 최 대표는 '미래의 챔피언' 재목을 알아보고 한국행을 설득했다.

복싱에는 '트위치 머슬'이라는 개념이 있다.

상대 주먹을 피하고 순간적으로 반응해 주먹을 치는 게 핵심인 복싱에서 '트위치 머슬'이 발달한 선수는 반사적으로 주먹을 치고, 카운터 타이밍을 정확하게 잡는 데 유리하다.

최 대표는 "트위치 머슬은 청소년기가 아닌 유년기부터 복싱을 수련해야 발달한다. 이 능력이 가장 뛰어난 대표적인 선수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다. 국내에는 이게 발달한 선수가 거의 없다"면서 "최시로는 가르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닌 트위치 머슬 능력이 탁월하다. 한국에 데려와서 복싱에 필요한 근력과 체력만 만들어주면 세계 챔피언까지 올라갈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시로의 원래 이름은 시로크벡 이스모일로프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에 '스승은 아버지와 같다'는 속담이 있다. (최완일 대표를) 아버지라고 생각해서 최씨를 선택했다. 최 대표의 가족들도 저를 진짜 가족처럼 대해준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의 성에서 딴 '최', 원래 이름인 시로크벡 이스모일로프에서 앞 두 글자만 딴 '시로'를 더해 지금의 이름을 만들었다.

이미지 확대 스파링하는 최시로

스파링하는 최시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WBA 아시아 챔피언 최시로가 20일 서울 강남구 KW1 복싱클럽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뒤 훈련하고 있다. 202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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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화 후 입대 희망…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옻닭'

한국에서 2년 동안 지내며 한국과 사랑에 빠진 최시로는 "한국은 공기부터 음식까지 모두 깨끗하다. 복싱 선수로서 성장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듬뿍 받는다"고 만족감을 감추지 않는다.

또한 "한국을 선택한 것은 따뜻한 정에 끌렸기 때문이다. 한국 여권을 얻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는 걸 알지만, 한국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시로는 심지어 귀화 후 자원해서 입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는 "한국의 아버지(최완일 대표)가 한국 특수부대에서 복무했다고 들었다. 저도 그래서 거기에서 복무하고 싶다"면서 "혹독한 환경에서 도전을 이겨내야 하는 그곳은 제가 복싱 선수로 더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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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WBA 아시아 챔피언 최시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WBA 아시아 챔피언 최시로가 20일 서울 강남구 KW1 복싱클럽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뒤 훈련하고 있다. 2025.5.20
ryousanta@yna.co.kr

대학원에서 스포츠 의학을 전공한 최 대표는 "혹독한 환경에 처할수록 인간의 몸은 회복이 빨라진다"고 했다.

그는 "일반인이 눈두덩이가 찢어지면 완전히 회복하는 데 3주는 걸린다. 훈련받은 복싱 선수는 2주 정도로 단축할 수 있고, (특수부대 훈련 등) 혹독한 환경이라면 그 시간이 더욱 짧아진다"고 설명했다.

최시로는 귀화한 뒤에는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까지 꿈꾼다.

올림픽 복싱은 지난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부터 프로 선수의 출전을 허용했으나 대한복싱협회는 아직 프로 선수의 복싱 국가대표 선발을 막고 있다.

그러나 대한복싱협회는 더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해 정관을 개정, 올해 말 열릴 예정인 국가대표 선발전부터 프로 선수의 출전을 허용할 계획이다.

이미지 확대 손에 붕대를 감는 최시로

손에 붕대를 감는 최시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WBA 아시아 챔피언 최시로가 20일 서울 강남구 KW1 복싱클럽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뒤 훈련하고 있다. 202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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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로는 "정말 한국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 프로복싱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한국 국가대표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꿈"이라며 "한국 대표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프로에서는 세계 챔피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제 한국 생활 3년 차를 맞이한 최시로는 좋아하는 음식마저 토속적이다.

김치나 갈비 같은 음식은 이미 섭렵했고, 요즘은 옻닭의 매력에 푹 빠졌다.

주말이면 최 대표가 마련한 경기도 포천의 훈련장을 찾아가 최 대표 아내가 요리한 옻닭을 먹는다는 그는 "옻닭에 들어가는 재료는 다 건강에 좋다. 옻닭은 생기를 불어넣는 음식이고, 훈련이나 경기 후 먹으면 회복에 크게 도움이 된다. 사람 몸에 정말 좋은, 활력을 주는 음식"이라고 찬양한 뒤 "어머니(최 대표 부인)가 해주신 옻닭은 맛도 좋고 힘에도 최고"라고 엄지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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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넘기하는 최시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WBA 아시아 챔피언 최시로가 20일 서울 강남구 KW1 복싱클럽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뒤 훈련하고 있다. 202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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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인내심과 KO 능력 가진 선수…세계 챔피언 되고 싶어"

지난달 20일 최시로가 일본의 베테랑 복서 요시노에게 거둔 11라운드 TKO 승리는 최시로의 매력을 잘 보여준 경기다.

그날 최시로는 적극적으로 전진해 상대를 압박하고, 폭발적인 왼손 스트레이트와 훅을 섞어 승리를 따냈다.

최시로는 경기 초반 침착하게 거리를 조절하고 탐색전을 벌이며 '냉정한 머리'로 풀어갔고, 중반 이후에는 '야수처럼' 태세를 전환해 거세게 압박했다.

한 수 앞선 체력을 바탕으로 경기 후반에는 상대를 코너에 몰았고, 강력한 왼손 스트레이트로 심판의 경기 중단을 끌어냈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사우스포(왼손잡이) 복서인 그는 "이 자세가 상대 선수에게 불편함을 준다"면서 "가장 자신 있는 기술은 훅이다. 온몸을 활용해서 치는 거라 파괴력이 크고, 정면이든 측면이든 상대를 쓰러트릴 수 있다"며 주먹을 들어 보였다.

WBA 아시아 챔피언을 한 차례 지켜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최시로는 매일 복싱 생각과 함께 눈을 뜨고, 복싱으로 하루를 보낸 뒤 잠자리에 든다.

이미지 확대 챔피언이 목표라고 밝힌 최시로

챔피언이 목표라고 밝힌 최시로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WBA 아시아 챔피언 최시로가 20일 서울 강남구 KW1 복싱클럽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 뒤 훈련하고 있다. 202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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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로는 "이건 내 인생이 걸린 일"이라며 "아침마다 8㎞를 달리고, 미트를 치는 트레이닝과 스파링, 웨이트 트레이닝한다. 훈련 뒤에는 사우나로 긴장을 풀고 휴식한다"고 말했다.

최시로가 가장 좋아하는 복싱 선수는 같은 사우스포 유형의 세계적인 복싱 스타 데이비스다.

데이비스는 '경량급 타이슨'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KO 능력이 뛰어난 왼손잡이 복서이며, 잽으로 상대를 견제하기보다는 큰 펀치 한 방으로 쓰러트리는 걸 좋아한다.

데이비스를 목표로 삼은 최시로 역시 정적인 자세에서 갑자기 스프링처럼 튀어나오는 펀치와 카운터로 상대를 쓰러트린다.

최시로의 프로 전적은 10전 전승, 그 가운데 7번이 KO다.

최시로는 "언젠가 데이비스와 붙어서 그의 챔피언 벨트를 빼앗고 싶다. 그 뒤에는 내 체급에서 절대적인 챔피언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최시로는 한국 팬들에게 "훌륭한 복싱 스타일과 KO 능력, 거기에 인내심을 지닌 선수로 기억해줬으면 한다. 꼭 세계 챔피언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4bu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21일 13시18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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