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이미지.2026년 들어 중국 무료 웹소설 플랫폼들이 AI 생성 콘텐츠 단속에 본격 나서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AI가 쓴 소설을 AI가 판별하는 구조 속에서 인간 작가들마저 'AI처럼 보이지 않는 글쓰기'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중국 무료 웹소설 플랫폼 판치에 노벨(Fanqie Novel)은 올해 상반기 콘텐츠 심사를 대폭 강화했다. 플랫폼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에만 10만권 이상 저품질 작품에 대해 계약을 거부했고, 4만권이 넘는 저품질 및 규정 위반 작품을 처리했다. 기술 모니터링과 수동 심사, 독자 신고를 통해 855개 위반 계정을 제재했으며 일부 계정은 영구 정지했다.
최근에는 장편 웹소설 추천 심사 절차도 강화했다. 작품은 최대 세 차례의 품질 심사를 통과해야 추천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추천받지 못하면 독자에게 노출될 기회 자체가 크게 줄어든다.
실제 작가들도 심사 강화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웹소설 작가 청먀오는 최근 신작이 계약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전 두 작품은 모두 신청 당일 계약이 성사됐지만, 이번에는 플랫폼이 작품을 '저품질 AI 작성 소설'로 판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독자들이 느끼는 변화도 뚜렷하다. 5년째 판치에 노벨을 이용하고 있다는 한 독자는 최근 작품들에서 AI 특유의 문체와 전개가 자주 발견된다고 말했다. 초반 설정은 흥미롭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맥락이 무너지고, 중요한 복선이 회수되지 않거나 등장인물의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편집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만 단어 분량의 원고가 접수되는 상황에서 모든 작품을 사람이 직접 검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플랫폼은 AI를 활용해 AI 생성 여부와 품질을 함께 판단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플랫폼 운영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무료 웹소설 시장은 방대한 작품 수와 빠른 연재가 경쟁력이다. 일부 작가들은 초반 10여개 챕터만 직접 작성해 계약과 추천을 받은 뒤, 이후 연재는 AI에 맡기고 새로운 작품 집필에 들어가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작품을 많이 출간할수록 수익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판치에 노벨은 AI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플랫폼이 문제 삼는 것은 'AI의 조악한 작업'이다. 혼란스러운 문장 구조, 비논리적인 전개, 의미 없는 분량 늘리기, 독창성이 부족한 콘텐츠 등을 주요 단속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에 다른 주요 웹소설 플랫폼들은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치마오 중국어망과 치디엔 중국어망 등은 편집자를 통해 모든 형태의 AI 창작 참여를 금지한다는 입장을 작가들에게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AI 사용 여부보다 'AI처럼 보이는 문체'가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작가들은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저품질 AI 작품으로 오인됐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계약을 맺고 수십만 명 독자를 확보한 작품이 갑자기 추천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문제는 AI 탐지 기술 역시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AI가 작성한 소설은 숫자를 정확히 세지 못하거나 대화 길이를 잘못 계산하는 등 특징이 있지만, 짧은 문장 반복이나 특정 접속 표현, 과도한 심리 묘사 같은 요소는 인간 작가들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문체다. AI가 인간의 글을 학습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간의 글조차 AI 스타일로 오인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작가들은 이제 작품을 공개하기 전 서로의 원고를 읽으며 AI 특유의 표현이 없는지 점검한다. 일부 플랫폼은 원고 제출 전에 AI 탐지 프로그램 검사 결과까지 요구하고 있으며, AI 판정 비율이 높으면 수정 후 다시 제출하도록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AI를 활용하는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창작자는 AI가 생성한 문장을 다시 '인간다운 문체'로 바꾸는 이른바 '휴머나이저(Humanizer)' 도구를 사용한다. AI 특유의 표현을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바꾸고 전체 문체를 통일하는 기능이지만, 결국 AI가 새로운 글쓰기 공식을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생성형 AI가 장편소설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수백만자에 이르는 장편에서는 세계관과 등장인물 관계, 이전 사건들을 지속적으로 기억하고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AI가 웹소설 생산 방식과 심사 기준, 작가들의 글쓰기 습관까지 바꾸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결국 온라인 소설 시장의 과제는 AI 사용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독창성과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인간다운 창작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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