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시달리다 보니 그때 저를 만난 사람들마다 ‘얼굴이 왜 그렇게 망가졌냐’며 걱정했죠. 제가 봐도 제 얼굴이 엉망이었으니까요. 그때, 1980년대 후반 서울 송파구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테니스를 시작한 기억이 떠올랐죠. 2015년, 그 시절 함께했던 형님을 찾아가 다시 라켓을 잡아야겠다고 말하고 함께 테니스를 치면서 저를 되찾게 됐어요.”
테니스는 게임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잡생각을 할 수 없었다. 공을 쫓아 뛰어다니다 보면 땀을 흠뻑 흘렸다. 그렇게 2∼3시간 코트를 누비면 완전히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샤워할 때 기분이 너무 좋다. 무엇보다 온전히 테니스만 생각하다 보면 회사의 복잡한 일들을 잠시 잊을 수 있고 머리가 맑아지니 해결책도 잘 떠오른다”고 했다.
박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비롯해 뛰어노는 것을 즐겼다. 사회생활 하면서 잠시 잊었지만, 결혼한 뒤 테니스를 하는 처남들을 보며 라켓을 잡았다. 송파구에 있는 테니스동호회에 가입해 개인 레슨까지 받으며 주말에 몰아서 쳤다. 그러다 1990년 말부터는 사업상 골프 칠 일이 많아 한동안 테니스를 사실상 잊고 살았다.“당시는 주말마다 골프장으로 갔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골프도 열심히 쳤죠. 베스트 스코어가 2언더입니다. 그런데 골프가 스트레스를 완전히 날려 주진 않더라고요. 허리를 다치기도 했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 살고 싶어서 테니스로 돌아온 겁니다.”
테니스를 다시 시작한 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골프는 치지 않고 주말엔 테니스 코트로 달려간다. 집이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 일대에는 테니스 코트가 없어 송파구로 이동해 치고 있다. 해외 출장이 있을 때는 주말 전날 저녁이나 당일 새벽 귀국하는 날로 일정을 잡아 코트로 향한다.
박 회장은 테니스를 잘 치기 위해 2가지 원칙을 세웠다. 매일 1시간 이상 걷고, 목요일 이후 주말까지는 절대 음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반사신경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비즈니스상 어쩔 수 없는 경우를 빼곤 술도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틈나는 대로 회사에 마련된 피트니스센터에서 가볍게 상하체 근육운동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테니스를 통한 사회 공헌 활동도 시작했다. 2022년 고교 2학년이던 테니스 유망주 명세인(20)을 2년간 2억 원 후원했다. 명세인은 세계 투어를 뛰며 세계 주니어 랭킹을 끌어올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를 거쳐 스탠퍼드대에 진학했다. 박 회장은 “테니스로 다시 태어났다. 건강도 되찾았다. 그 덕분에 사업도 많이 성장했다. 테니스에 신세를 진 것이다. 그래서 그 고마움을 다시 테니스에 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박 회장은 사단법인 한국SS스포츠진흥협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테니스 유망주를 키울 계획이다.“유망주를 후원하며 주니어 테니스 현실을 봤더니 형편없더라고요.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테니스 같은 스포츠의 현실은 너무 열악했습니다. 테니스 선수 전용 코트가 부족하고 지도자들 수입도 불안정했어요. 후원자도 거의 없었죠. 조금이나마 테니스 발전에 힘을 보태기 위해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박 회장은 이 단체를 통해 테니스 유망주들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수도권 일대 보육원에서 테니스 교육 사업도 병행한다. 그는 “보육원 아이들은 만 19세가 되면 정착 지원금 1000만 원만 받고 퇴원해야 하는데, 자립해서 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테니스 유망주를 발굴해 선수로 육성하며 지도자 교육을 시키려고 한다. 레슨 코치가 되면 안정적인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유망주들을 위해 테니스에 더욱 관심을 갖고, 사업도 열심히 해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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