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해당 글은 집 반경 300m 이내에 6개월간 총 4개의 탕후루 가게가 들어선 것을 계기로 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년 6개월이 지난 약 두 달 전 마지막 가게의 폐업을 끝으로 4개의 탕후루집은 모두 문을 닫았다. 마지막까지 있었던 가게는 그나마 번화가에 위치해 오랜 시간 버텼다. 다른 두 곳은 이게 아니다 싶었는지 재빠르게 업종 변환 및 매각을 시도해 살아남았다.
가장 사정이 안 좋은 곳은 집 바로 뒤 인적 드문 길에 있던 매장이었다. 당시 글을 쓰고 얼마 안 돼 그 가게는 폐업했다. 폐업 이후에도 아직까지 간판을 못 내리고 있다. 가게가 안 나가 탕후루 임차인이 아직도 임대료를 내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영업자 사이에서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두면 정말 다행’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탕후루의 몰락을 두고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사실 그 무엇도 현실에선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제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도 누군가의 창업을 막을 순 없었을 것이란 의미다. 그렇기에 엄청난 공허함과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꼭 해야 할 말이 있다. 바로 필자에게 탕후루가 음식 유행 종말의 징후처럼 보였다는 점이다.대략 1994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음식 유행 이력은 그럭저럭 기억하고 있다. ‘도토루’ 같은 셀프서비스 카페부터 조개구이, 셀프 호프를 지나 용수염과자, 모카번과 슈니발렌, 대왕카스텔라, 추로스 그리고 두바이 초콜릿과 탕후루가 지난 삼십여 년을 수놓았다. 이 모든 음식이 그저 유행으로만 소비되고 자리를 잡지 못한 것도, 또한 하나가 주저앉을 때가 되면 잽싸게 다음 주자가 뒤를 이은 것 또한 신기한 일이다.
하지만 탕후루를 마지막으로 적어도 당분간은 음식 유행의 이어달리기가 벌어질 것 같지 않다. 그간 유행했던 음식들에 비하면 탕후루는 어린아이도 만들 수 있는 쉬운 음식이었기에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보인다. 탕후루가 단순한 음식을 떠나 사회경제적인 막다른 골목처럼 보였기에 최대한 유행이 오래 이어지길 바랐지만, 진입 장벽이 낮은 속성상 탕후루 가게들은 버틸 능력 또한 없었다.
필자는 아직 간판을 내리지 못한 탕후루 가게가 있는 길을 지나지 않는다. 아직도 내리지 못한 귀여운 간판과 집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내부를 보면 괜히 속이 쓰리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망한 매장엔 부동산의 상호와 전화번호가 크게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양옆으로 이미 망했다가 재임대에 성공한 가게들이 몇 있기 때문이다. 그래 봐야 제로(무설탕) 간식, 인형 뽑기 가게다. 원래 음식점 자리였지만 무인점포로 전락했고 주변에 아직 공실이 여럿 있다. ‘무권리’를 크게 써 붙인 곳들도 있다. 그 사이에서 폐업한 탕후루 가게가 마치 블랙홀처럼 보인다. 저 크지도 않은 검은 입으로 지난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의 귀한 돈을 빨아먹었을까? 자영업 100만 폐업 시대, 2024년 요식업 폐업률은 15.2%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이용재 음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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