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내 개봉…연말까지 90개국 개봉 확정
미국서 '기생충' 제친 한국 흥행작…"사랑에 대한 이야기"
이미지 확대
[모팩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역사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예수라는 인물의 장편 애니메이션이 아직 한 번도 안 만들어졌다고? 말이 돼? 이러면서,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인 것 같았고 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를 만든 장성호 감독은 14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성서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에 도전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4월 미국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극장 매출액 6천만달러(약 815억원)를 돌파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제치고 할리우드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로 기록됐다.
영화·드라마 평가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가 실제 관람객의 평가를 토대로 산정하는 팝콘 지수에서 97%를 기록하는 등 호평받았고, 연말까지 90개국에서 개봉이 확정됐다.
이미지 확대
[모팩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장 감독은 "언젠가 내 작품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은 늘 품고 있었다"면서도 "오래 걸리더라도 준비가 됐다는 확신이 들 때 움직이자는 생각에 준비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돌아봤다.
'이제는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 영화 제작에 돌입한 건 2015년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개봉까지는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장 감독은 "최대 4~5년 정도의 기간을 예상했는데, 그 두배인 10년이 걸릴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제작 기간이 늘어지며 자금 문제에 직면했고, 응원해주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떠나갔다고 한다.
장 감독은 "응원과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제작 과정 자체가 고통이었다"면서 "아무도 (영화의 성공을) 믿지 않으며 '될 리가 없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장 감독 스스로는 영화의 성공을 확신했다.
기독교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확보된 북미 시장을 노렸기에, 투자금만 확보한다면 회수에 시간이 걸릴지언정 실패는 없다고 자신했다.
비기독교인들에게도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로 울림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도 있었다.
장 감독은 "스스로를 속이는 짓을 한 것이 아니고, 철저한 시장조사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지 확대
[모팩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긴 제작 기간 어려움도 있었지만, '캐스팅 운'은 기가 막히게 따라줬다.
디즈니에서 16년간 캐스팅 디렉터로 일한 제이미 토머슨이 케네스 브래나, 우마 서먼, 벤 킹즐리, 피어스 브로스넌, 포리스트 휘터커 등을 캐스팅했다.
한국 더빙 배우로는 이병헌, 이하늬, 진선규가 나서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특히 이병헌의 캐스팅에는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를 제작한 장원석 대표가 나섰다. 장 감독은 "장 대표가 저에게 '좋은 배우, 센 배우가 붙었으면 좋겠다'며 이병헌을 추천했다"며 캐스팅 성사까지 도움을 줬다고 했다.
이병헌은 이후 장 감독에게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품이란 생각에 더빙 작업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장 감독은 이에 공감하며 "제 목표가 어린아이들이 보기에 어렵지 않고, 어른들이 보기에 유치하거나 단순하지 않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보면서 감동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랑은 내 방식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on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14일 18시13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