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 '영끌'로 산 아파트서 고통받는 청년 연기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김태준 감독 차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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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어느 새벽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 보니 방 안에 휴대전화 진동 소리가 울리고 있다. 머리맡의 휴대전화를 확인해 보지만 검은 화면뿐. 또 벽을 타고 이웃집에서 넘어온 진동 알람 소리였다.
층간소음은 가장 편안해야 할 집 안을 지옥으로 만들기도 한다. 꾸역꾸역 모은 돈과 대출금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겨우 장만한 집이라면 원통함은 더 커진다.
배우 강하늘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는 가장 대중적이어서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32평 아파트에서 원인 모를 층간소음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서스펜스를 그렸다.
스마트폰 해킹의 두려움을 반영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2023)의 김태준 감독이 연출한 두 번째 생활 밀착 스릴러다.
영화는 평범한 직장인 우성(강하늘 분)이 대출 규제를 앞두고 서둘러 '영끌'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대출을 최대한으로 당기고 시골 논밭을 판 돈까지 탈탈 털어 넣으며 청년은 희망에 부풀고, 그 마음을 대변하듯 패티김의 노래 '서울의 찬가'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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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성의 아침은 기대와 사뭇 다르다. 새벽마다 울리는 윗집의 진동 알람소리에 지겹다는 듯 눈을 뜨고, 거실에 대충 편 잠자리 옆엔 소주병이 뒹군다. 그래도 집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버티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서울 아파트는 역사적으로 무조건 우상향이거든? 두고 봐."
회사 동료와 담배를 피우는 우성은 초췌한 얼굴에 결의만 넘친다. 실상은 퇴근 후 배달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겨우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형편이다.
녹초가 된 몸으로 집에 가도 전기세 걱정에 에어컨은 못 켜고, 그 순간에도 '끼익', '쿵' 하며 가구 끄는 소리와 '발망치' 소리가 이어진다.
소음의 진원지를 찾으려 차례로 이웃집 문을 두드리지만, 전부 '우리 집은 아니다'라며 울상을 짓는 피해자들뿐이다. 심지어는 우성이 '빌런'으로 의심받으며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이웃 진호(서현우)와 입주민 대표 은화(염혜란)가 손을 내밀지만, 이들은 누구 편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경계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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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제곱미터'는 내 집 마련의 꿈이 이뤄지는 희망찬 순간에서 시작해 점차 상황이 꼬이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여기가 바닥이겠지' 싶지만, 형편은 끝도 없이 나빠진다.
우성은 시종일관 덥고, 피곤하고, 억울하다. 어떤 마음일지 너무 알 것 같은, '생활 밀착형' 스트레스여서 더욱 공감을 자아낸다.
웬만한 전자기기는 회사에 가져와 충전하며 전기세를 아끼고, 탕비실 간식을 쓸어가는 '간식 뤼팽(도둑)'의 모습도 공감 포인트다.
우성은 결국 집을 급하게 내놓는데, 시세보다 싸게 나온 집을 누군가 바로 사겠다고 나선다. 매수자 정보를 보니 2009년생. 자신은 기를 써도 갖기 어려운 서울 자가가 누군가에겐 입에 물고 태어난 '기본 옵션'이란 현실을 씁쓸하게 깨닫는 순간이다.
아파트 한 동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액션 장면은 전혀 답답하지 않다. 경찰의 테이저건부터 진짜 권총까지 등장하고, 잠입과 인질극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18일 개봉.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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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14일 22시0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