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연구 돕는 ‘뇌 기증자’ 723명 [횡설수설/우경임]

6 hours ago 1

“인간으로서 우리는 몇 광년 떨어진 은하를 식별하고 원자보다 작은 입자를 연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두 귀 사이에 자리 잡은 3파운드(약 1.4kg)짜리 물질의 비밀은 여전히 풀지 못했다.” 2013년 4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뇌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며 그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과학의 오지’인 뇌를 연구하는 데 45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해 유럽연합(EU)도 ‘인간 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흩어져 있는 뇌 연구 결과를 모아 뇌를 재구성하려는 시도였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났지만 뇌의 신비는 풀리지 않았다. 최근에야 초파리 뇌 지도를 완성했을 뿐이다. 인간 뇌의 뉴런은 약 860억 개,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는 100조 개로 추정된다. 직접 세어 볼 수는 없으니 이 수치조차 근사치다. 2024년 하버드대와 구글이 뇌 조각 1mm³를 약 5000개 조각으로 잘라 3차원(3D) 지도로 그려 봤다. 연구진은 우주 못지않은 뇌의 복잡성을 보고 “겸허해진다”고 했다. ‘음식을 소화한다’ ‘피를 순환시킨다’처럼 물리적인 운동만 하는 다른 장기와 달리 주관적인 의식을 어떻게 만드는지를 규명하는 일도 난제로 남아 있다. ▷세계 인구 10명 중 4명이 신경계 질환을 앓는다. 뇌중풍(뇌졸중)과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등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두통까지 약 34억 명이 뇌 질환으로 고통받지만 뚜렷한 치료제가 없거나 효과가 부족하다.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규칙과 패턴을 해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병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약이 표적에 도달하기도 어렵고, 죽은 신경세포를 되살릴 수도 없다. ▷이런 뇌 연구를 위해 한국에 뇌은행이 도입된 2016년부터 지금까지 723명이 자신의 뇌를 기증했다. 질병관리청의 치매 뇌은행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한국뇌은행 두 곳이 기증받는다. 사망 후 24시간 이내에 뇌를 꺼내 한쪽 반구는 부위별로 1cm 두께로 잘라 동결하고, 다른 한쪽 반구는 포르말린 용액으로 고정해 뇌 질환 진단용 표본으로 만든다. 연구자들은 연구 목적에 맞게 분양을 신청하는데 기증받는 뇌가 부족해 보통 반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가뜩이나 더딘 뇌 연구에 속도가 붙지 않는 이유다. ▷뇌는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장기다. 기억이 지워지다가 끝내 자아를 잃는 치매, 뇌는 멀쩡하지만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파킨슨병 등 뇌 질환은 삶을 무너뜨리고 만다. ...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