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기부 장관, 현장 더 와달라"는 中企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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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중기부 장관, 현장 더 와달라"는 中企의 호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현장을 더 많이 둘러봤으면 좋겠습니다.”

중기부 주최로 지난 22일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관련 간담회에서 나온 요구다. 행사 참석자는 대부분 중소기업 대표였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원청 회사와 하청 업체가 오밀조밀 엮인 한국형 제조업 생태계가 노란봉투법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장관에게 전달했다”며 “정부는 기업의 공통적인 걱정을 괜한 기우로 단정 짓지 말고 후속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내년 3월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의 고충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이 법으로 투자나 사업장 이전 같은 경영상 판단까지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하청 기업 대표들은 원청사와 협력사 노조에 끼어 노조 요구를 대부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런 점 때문에 11일 한국경제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중소기업 대표들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한 경제 법안 중 노란봉투법(43.5%)이 최대 악법이라고 답했다.

반면 노동조합 측 생각은 다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이례적인 경우를 빼면 원청사가 하청사 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없다”고 했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은 18일 성명을 통해 다단계 하청이 임금체불의 주된 원인이라며 원청사 측에 후속 대책을 요구했다.

한 자동차부품 업체 대표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노동자들이 머릿수를 앞세워 정부를 압박하면 시행령 같은 구체적인 기준이 노조 측에 유리하게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노사문제를 무조건 법으로 해결하려는 풍조가 확산해 그동안 작동해온 노사 간 자정 기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화로 노사문제를 풀어온 현장을 고려하지 않고 법만 앞세우면 노사 간 갈등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중소기업들은 국내외 경제 리스크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한 금형업체 대표는 “주 52시간 근로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법은 최소한 50인 미만 기업에 순차적으로 적용했지만 노란봉투법은 그렇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미국발 관세와 중국의 추격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까지 고려해야 하다 보니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이날 “현장의 목소리를 명확하게 매뉴얼로 반영해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이 약속이 잘 지켜질지 많은 중기인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한 장관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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