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새 정부 출범에 축전 날린 오픈AI…"남 좋은 일만 시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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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새 정부 출범에 축전 날린 오픈AI…"남 좋은 일만 시킬라"

“글로벌 인공지능(AI) 선도 국가를 향한 비전, 또 모든 국민이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가 4일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면서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오픈AI도) 대통령의 여정에 함께하며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할 AI 사업에 오픈AI가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오픈AI는 최근 한국 기자단을 상대로 진행한 라운드테이블에서도 “한국의 국가적 AI 전략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오픈AI는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서울 사무소 개소를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건 맨 위 공약이 ‘AI 투자 100조원 시대’다. AI 인프라를 확충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대대적인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선거운동 기간 수차례 천명했다. 오픈AI가 적극적으로 이 대통령의 당선을 환영하고 나선 데엔 곧 풀릴 대규 AI 사업 예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새 정부가 AI 등 첨단산업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산업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다. AI 인재 양성을 비롯해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등 AI 인프라를 제대로 깔겠다고 천명한 것도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 사이에선 오히려 대규모 정책에서 소외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온다. 한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예산 확대가 모든 기업에 좋은 건 아니다”며 “만약 정부 사업을 따지 못한다면 좋은 AI 기술을 갖추고도 뒤처질 수 있다는 공포가 있다”고 했다.

지난 2일 정보기술(IT) 기업 위시켓이 임문영 더불어민주당 디지털특별위원장을 초청해 개최한 간담회에서도 AI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박우범 위시켓 대표는 “밖에선 100조원 AI 투자 얘기가 나오는데 중소기업 현장에선 ‘이게 우리랑 상관있는 얘기인가’ 라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AI 전환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 흐름이지만, 글로벌 트렌드를 국내 기업들이 바로 쫓아가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일부 기업 사이에선 오히려 정부발 AI 인프라 사업 참여를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대기업 시스템통합(SI) 계열사 관계자는 “정부 사업에 잘못 들어가면 덤터기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최대 2조원대 자금이 투입되는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도 최근 무응찰로 유찰됐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글로벌 빅테크에 한국의 AI 예산이 먹힐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새 정부의 AI 예산이 ‘나눠먹기’나 ‘보여주기’로 쓰여선 안 된다는 산업계의 지적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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