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우리나라는 '월드컵 11회 연속 본선진출'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홍명보감독을 비롯하여 태극전사가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이는 축구종가인 잉글랜드, 아트사커 '프랑스' 등 축구강호 조차도 이루지 못한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 10회 이상 연속 진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하여 단 6개 국가일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벌써부터 월드컵이 더욱 기다려진다. 월드컵이 개최되면 우리나라는 온국민이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려 외치며, 뜨거운 함성과 함께 어깨동무하며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을 응원하지 않는가 ? 우리 국민들이 모처럼 모두 하나가 되는 감격적인 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2002년의 월드컵 ! 서로가 얼싸안고 환호했던 그 순간은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온국민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인 '축구' 역사에 있어서 뺴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경평(京平)축구' 다. 1929년에 시작된 경평축구는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진행되었는데, 1930년 경성에서 열린 대회에는 무려 2만여명의 관중이 구름처럼 몰렸으며, 경성시내에는 5군데 예매권 구입처까지 마련되었을 정도라 하니 그 뜨거운 열기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경평(京平) 더비(Derby)'는 우리에게 단순한 스포츠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녔기에 각별하다. 민족의 자존심, 식민지 청년들의 억눌린 열망, 그리고 한반도 축구의 영광이 이 한 경기에 집약되어 있었다. 이 경평축구에 대하여 한국 축구사에서의 레전드인 김용식 선생은 “조선 민족끼리 한 울타리 안에서 한 덩어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경평전의 인기는 더욱 높아만 갔고, 온 국민이 열광하는 민족의 잔치였다”고 술회했으며, 경평전에 선수와 심판으로 참여했던 김화집 선생은 “우리가 일제강점기에 공을 찬 것은 3.1 만세운동이 민족정신을 고취시킨 것과 비슷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분단의 벽은 너무 높았고, 38선이 생기고 평양선수들은 서울에서 경기를 마치고, 육로가 아닌 뱃길을 통해 돌아갔는데, 그것이 마지막 치루어진 경기가 되면서, 경평축구대회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전세계에서 대한민국은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으며, 남북관계는 경직된지 오래다. 이뿐만이 아니라 지금 이순간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를 비롯하여 지구촌 곳곳에서 처참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미중간의 갈등은 고조화되고 있으며, 국제정세는 자국우선주의가 팽배해지며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이러할 때 필자는 '경평축구'를 부활시키는 것을 제안한다. 스포츠는 언제나 정치보다 먼저 벽을 허물어왔다. 남북 단일팀이 하나 되어 세계 무대에서 울렸던 애국가의 울림과 평창의 깃발 아래 서로의 손을 맞잡던 순간들을 우리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경평축구는 이처럼 남북간의 긴장완화뿐만이 아니라 통일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디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온국민이 경평축구를 통해 하나되는 '민족한마당'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또한 금번에 부활하게 되는 경평축구는 남북간 차원의 행사를 뛰어넘어, 지구촌 평화와 인류의 공존과 번영을 염원하는 지구촌 대축제로 승화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지구촌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펼쳐지는 경평축구는 그만큼 상징성이 크다. UN사무총장의 축사와 더불어 남북한에 있는 외국대사들도 참석하자. K-POP과 함께 80억 지구촌시민들이 축구경기를 보면서, 전인류를 응원하는 가슴벅찬 경평축구를 80여년의 맥이 끊긴 이시점에서 새롭게 부활하여 지구촌에 희망을 쏘아올리자. 서울과 평양 한복판에서 말이다.
홍대순 광운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hong.daesoon@kw.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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