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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의 미디어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 한국언론학회와 미디어오늘이 올 상반기 조사에서 언론학자 57.9%가 이같이 응답했다. 이러한 반응은 미디어 정책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역할 중첩과 엇박자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정부 대응은 여전히 더디다.
현재 미디어 정책은 문체부와 과기정통부가 나눠 맡고 있으며, 방송의 인허가·심의는 방통위 소관이다. 하지만 포털뉴스 배열, 유튜브 알고리즘,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새롭게 부상한 쟁점들에 대해서는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규제가 미흡한 실정이다. 사전 규율 없이 사후 심의에 의존하고, 진흥 정책은 부처 간 불협화음 속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공영언론과 지역언론은 정치적 압력과 재정 불안에 시달리며 독립성마저 위협받고 있다. 현재의 구조로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해외 사례는 구조 개편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영국은 문화·미디어 정책을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DCMS)에서 일괄적으로 수립하고, 규제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오프컴(Ofcom)이 맡는다. 프랑스도 문화부는 정책, 아르컴(ARCOM)은 규제를 담당한다. 독일은 방송에 관한 연방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주정부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방송평의회를 통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 다만 이러한 모델을 한국에 이식하기에는 제도적 기반과 정치문화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대원칙은 "정책은 통합하고, 규제는 독립한다"라는 이원적 구조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융합 시대에 걸맞은 미디어 생태계를 구성해보자는 것이다.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전담 부처를 신설해 진흥·조정 기능을 집중시키고, 방송·디지털 콘텐츠 전반의 인허가 및 심의는 독립적인 위원회에 일임하는 방식이다. 지역언론에 대한 지원도 투명한 기준과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조직개편의 핵심은 정책의 일관성과 언론의 자율성 사이 균형을 찾는 데 있다.
핵심은 독립 규제기구의 거버넌스다. 영국의 오프컴이나 프랑스의 아르컴도 위원 임명 과정에서 정치권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중요한 건 그 안에서 더 나은 균형을 모색하는 일이다. 위원 추천을 정치권에만 맡기지 말고, 언론학계와 이용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회의는 원칙적으로 공개하고, 결정 과정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소수 의견을 반영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열린 절차와 분산된 권한은 독립성을 보장하는 필요 조건이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25일 07시0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