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은 오후 2시에 출석해 7시간이 지난 오후 9시께 첫 질문을 받았다. 그가 답변한 시간은 3분40초. 당시 논란이었던 인앱 결제 수수료에 대해 “위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정도의 답변을 한 게 전부다. 안 부사장 외 다른 기업인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10시간 가까이 자리를 지키면서 의원들이 호통을 치면 “송구스럽다”는 답변을 하고 돌아가는 기업인이 수두룩하다.
사실 국회가 국정감사 때 기업인 증인을 대거 채택한 것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올해는 예년과 다를 것 같다는 기대도 많았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의원들에게 “야당 때처럼 기업인 증인 신청을 마구잡이로 하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지켜지지 못했다. 오는 13일 시작하는 국감에 200명 가까운 기업인이 증인으로 채택되면서다. 과거보다 줄어들기는커녕 역대 최대 규모다.
무차별적인 기업인 소환의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의장 자격으로 글로벌 무대에 서야 하지만, 같은 날 정무위원회 증인으로 불려 나와야 할 판이다. 행정안전위원회는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장, 상무, 팀장들을 줄줄이 증인으로 소환했다.
기업인 증인 제도가 정치적 흥정을 위한 수단이자 국회의원 홍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기업인은 “몇 년 전 관급사업 수주 건으로 증인 채택돼 의원실을 찾았더니 노골적으로 후원금을 요구받았다”고 했다. 한 보좌진은 “국회 출신 대관 인력을 두지 않은 기업은 일부러 더 부르고, 빼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기업인들을 상대로 호통을 치는 장면을 촬영해 ‘유튜브 쇼츠’로 만들어 공개하는 건 최근 정치권에서 수시로 볼 수 있는 ‘일상’이다.
상대적으로 기업인 증인 채택을 자제하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나서는 점도 올해 특징 중 하나다. 국민의힘의 한 보좌진은 “이제 야당이 됐으니 부담 없이 기업인을 부를 수 있고, 선명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증인 채택에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올해 국감은 APEC 정상회의와 일정이 일부 겹친다. 한국 기업인들은 글로벌 CEO를 한국으로 초대하기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경주를 찾은 글로벌 기업인들이 TV를 틀었을 때 자신을 초청한 한국 기업인이 국회에 불려가 의원들에게 혼나는 장면을 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과연 한국을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생각할지 궁금하다.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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