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직전이 가장 빡셉니다. 게임 하나에 회사의 명운이 달려 있거든요.”
국내 중소 게임사에 근무 중인 개발자 A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이 많아도 주 52시간 근로제를 지키려면 방법이 제한적이라, 스스로 시간을 쪼개 몰아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A씨는 “그럼에도 일률적인 노동 정책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보상을 받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게임산업은 국내 콘텐츠 수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오랫동안 수출 효자 노릇을 했지만 갈수록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장에선 K게임이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중국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고, 글로벌 ‘K열풍’에 올라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창의성이 필수다. 문제는 노동 시간 규제다. 한 게임 개발자는 “한참 영감이 떠오르는데 컴퓨터 전원이 꺼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퇴근 기록만 남기고 이어가는 원격 근무, 포괄임금제 뒤 숨은 무급 노동이 일상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시행 직전인 2018년과 2025년을 비교할 때 크래프톤(9800만원→8100만원), 넷마블(4900만원→4100만원), 넥슨(5800만원→4700만원) 등 주요 게임사의 1인당 평균 급여가 하락했다. 높아진 노동 강도에도 보상은 오히려 후퇴한 셈이다.
게임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 예능 등 다른 창의산업의 사정도 비슷하다. 주 52시간제 적용 이후 제작 일정이 촉박해졌다. PD와 스태프는 촬영, 편집, 후반 작업을 병행하면서 정해진 근로 시간 안에 업무를 끝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창작은 시간을 정해놓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정해진 근로 시간 안에 모든 걸 마무리하라는 건 모순”이라며 “겉으로는 법이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림자 노동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산업 창작자들은 ‘몰아서 일하고 충분히 쉬는’ 근로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게임업계 종사자의 58.6%가 주 52시간제 유연화에 찬성했다. 넷마블, CJ ENM 등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현장의 근로 방식과 창작 환경의 유연성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는데 제작비만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경영진과 근로자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노동 규제가 콘텐츠산업의 족쇄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정부는 자율주행 등 첨단산업의 규제 환경을 개선할 것을 약속했다. 게임 등 창의산업과 관련한 ‘주 52시간제의 역설’은 테이블 위에 올라가지도 못했다. 이대로라면 이재명 정부가 공언한 ‘K콘텐츠 수출 50조원’ 목표는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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