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1주택자까지 죄인으로 만드는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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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1주택자까지 죄인으로 만드는 부동산 정책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하는 실장, 수석 등의 주택 보유 현황이 문제가 됐다.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비서실장을 비롯해 두 채 이상의 집을 보유한 참모가 여럿 있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대상자는 해명에 나섰지만, 여론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일부는 급매로 집을 팔기도 했다.

집을 파는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서울과 지방에 한 채씩 있던 집 중 지방 집만 팔아 ‘똘똘한 한 채’ 논란이 나왔다. 가족이 반대한다며 집을 팔지 못하겠다는 참모도 있었다. 부인이 동생들과 함께 물려받은 주택 지분까지 매도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다주택자가 ‘죄인’이던 시절이었다.

다시 한번 광풍이 불고 있다. 이번에는 기준이 강화됐다. 수도권에 집이 한 채만 있어도 죄인이 된다. 만약 전세를 끼고 매매했다면 돌이킬 수 없는 ‘범죄’가 된다. 대통령실 참모뿐만 아니라 주요 장·차관의 주택 보유 현황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나중에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집을) 사면 된다”는 발언으로 가장 먼저 타깃이 됐다. 기존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부득이하게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는 그의 말은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논란으로 이어졌다. 결국 23일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상당수 국민은 투기가 아니라 평생 돈을 모아 살아갈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산다. 월급을 모아서는 집값이 오르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그런데도 집이 필요한 상황이라 일부 대출을 받기도 한다.

정부는 이들 모두를 투기꾼으로 규정했다. 집을 사기 위해서는 허락받아야 하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은 집값을 부풀리는 사금융을 이용하는 것과 비슷하게 본다. 수도권에 집을 가진 공직자도 죄인이 됐다.

이 차관은 시작일 뿐이다.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에서 정한 기준대로 전세를 끼고 산 집이나 대출을 한도 이상으로 받은 집을 모두 팔 때까지 ‘단죄’는 이어질 것이다.

갈아타기 하려는 1주택자까지 죄인이 된 시대에 부동산 시장은 안정될까.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근무하던 참모 중에는 집을 파는 대신 직을 내놓은 사람이 있었다. ‘직 대신 집을 택했다’며 비난받았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위너’라고 불렸다. 그 사이 승자와 패자 사이에는 깊은 간극이 생겼고, 부동산 불패라는 신화는 또 한 번 증명됐다.

투기와 실수요를 나눠 규제 하겠다는 접근이 사회적 갈등만 키운다는 것은 이미 증명됐다. 실수요까지 죄인으로 만드는 낙인찍기식 정책이 아니라 공급 부족, ‘똘똘한 한 채 선호’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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