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거품을 어느 정도 걷어낸 골프 시장이 골프를 진심으로 즐기고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진성 골퍼’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샤프트나 그립까지 브랜드를 꼼꼼히 따져가면서 구매하는 골퍼들이 늘어나면서 세부적인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샤프트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벤투스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후지쿠라, 그라파이트디자인으로 유명한 투어AD, 디아마나를 앞세운 미츠비시 케미컬이 ‘삼대장’으로 불리는 가운데, 신생 샤프트 브랜드인 아르테라(Aretera)가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동시 론칭을 예고하면서다.
31일 골프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 골프 브랜드 PXG의 공식 수입원인 카네는 4월 초 아르테타의 EC1 샤프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아르테타는 스코티 셰플러(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이 쓰는 벤투스를 디자인한 핵심 인력이자 후지쿠라 부사장 겸 R&D 책임자를 역임한 알렉스 디(미국)가 설립한 신생 회사다.
국내 샤프트 시장의 규모는 약 120억원에 불과하지만, 기업들이 이 ‘작은 링’에 뛰어드는 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조사업체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트는 지난해 세계 샤프트 시장의 규모는 3억7790만달러(약 5500억원)로, 2028년엔 4억2540만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글로벌 샤프트 시장이 2032년까지 4억7140만달러(약 69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맞춤형 샤프트를 찾는 골퍼들이 늘어남에 따라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국내 골프 샤프트 시장은 브랜드 간 서열 정리가 끝나지 않은 기회의 땅으로도 평가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샤프트 시장은 후지쿠라와 투어AD, 미츠비시가 매년 1~3위 경쟁을 하고 있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샤프트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독점 기업이 없어서 B2C 거래가 더욱 활발해지면 어떤 브랜드든 상관없이 빠른 시간 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 엘슨 아르테타 상무도 “한국 골퍼들은 제품이 어떻게 제조되는지를 비롯해 품질과 성능 등에 민감하기 때문에 우리의 제품이 한국 내에서 금세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립도 샤프트처럼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하는 소모품이라는 점에서 브랜드 간 경쟁이 뜨거운 시장이다. 국내에선 골프프라이드가 점유율 50.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슈퍼스트로크, 램킨, 이오믹, 캐비어 등이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골프프라이드는 최근 신제품인 얼라인 맥스 그립을 출시해 독주 체제 굳히기에 나섰다. 퍼터 그립의 강자 슈퍼스트로크는 지난해 가장 오랜 역사(100년)를 자랑하는 램킨을 인수해 골프프라이드와의 본격적인 전쟁을 선포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