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유심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집단소송이 최태원 회장의 직접 사과 이후에도 오히려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경찰 수사와 국회 청문회, 위약금 면제 논란까지 겹치며 SK텔레콤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유심 해킹 사태 발생 이후 피해자들의 집단소송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소송 참여자 모집에 나선 로피드법률사무소는 4월 30일 기준 4572명이던 접수 인원이 7일 오후 기준 7192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일주일 만에 약 2600명 늘어난 셈이다. 법무법인 대륜도 지난달 28일 SK텔레콤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 제기에 나선 뒤 지난 30일 기준 220명이던 참여자가 7일 8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집단소송를 시작한지 불과 열흘 만에 소송 참여 인원이 36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참여자 수가 늘면서 소송 가액(배상 청구 총액)도 급격히 불어나는 추세다. 로피드는 1인당 5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며 대륜은 민사 12만원, 형사 33만원씩 각각 청구해 두 건 모두 참여할 경우 총 45만원 기준으로 접수하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 로피드는 약 35억원, 대륜은 약 36억원 규모까지 확대됐다.
특히 최 회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 사과에 나섰던 7일에도 집단소송 참여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로피드의 경우 이날 하루에만 1000명 넘는 신규 접수가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이 제시한 ‘위약금 면제 검토’나 ‘보상 논의’ 등이 소비자들에게 실질적 구제책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면서 되레 불신을 키웠다는 평가다.
실제로 SK텔레콤 유심 해킹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절대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이 모인 카카오 '오픈톡방'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에서는 “무조건 보상받아야 한다” “이대로 넘어가선 안 된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하희봉 로피드 대표변호사는 “상담을 요청해오는 소비자들은 형식적 조정이 아니라 SKT가 왜 이런 해킹을 막지 못했는지,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밝히고 제대로 보상하길 바란다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8일 오후 2시 예정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청문회에서는 피해 구제 방향과 SK텔레콤 측의 해명, 보안시스템 실태 등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청문회 이후 소송 참여자가 한층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도 해킹 경위와 내부 보안체계 전반에 대한 집중 수사를 이어가고 있어 사태 확산 여부는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