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의 요즘 트렌드] 모바일 세대의 AI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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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26 17:50 수정2025.09.26 17:50 지면A21

인공지능(AI)은 이제 일상의 언어가 됐다. 이 변화 속에서 ‘잘파세대’가 주목받는다. 잘파세대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에 태어난 Z세대와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Alpha)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다. 두 세대 모두 디지털 환경을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고, 스마트폰에 익숙한 ‘모바일 네이티브’다. AI가 본격적으로 생활 전반에 스며든 지금, 잘파세대는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단순 도구 아닌 감정 주고 받아

[최지혜의 요즘 트렌드] 모바일 세대의 AI 활용법

이들은 취업 준비 과정에서 챗GPT를 활용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AI로 모의면접을 한다. 관계 및 감정을 공유할 때도 AI를 쓴다. AI 햄스터 ‘정서불안 김햄찌’는 출근 후 퇴사하고 싶고 점심 후 사직서 쓰는 상상을 한다는 등 공감 가는 상황을 쇼츠 중심으로 보여줘 화제가 됐다. 한 달 만에 18만 팔로어를 모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는 잘파세대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감정을 공유하고 관계를 확장하는 매개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와의 대화를 통해 위로와 격려를 받기도 한다. 불안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친구나 가족 혹은 상담가 대신 AI와 이야기를 나눈다. 가볍게 사주나 운세를 묻는 놀이형 대화로 시작하지만, 점차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삶의 고민을 나누고 방향을 탐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SNS에서는 챗GPT와 효과적인 상담을 하기 위해 어떤 질문 프롬프트를 사용해야 하는지 공유하는 문화까지 형성되고 있다.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개인의 불안과 고립을 덜어주고 새로운 형태의 관계적 위안을 제공하는 심리적 파트너 역할을 한다.

LG유플러스가 2023년 9월 출시한 AI멘털케어 서비스 ‘답다’.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가 2023년 9월 출시한 AI멘털케어 서비스 ‘답다’. /LG유플러스 제공

놀이에도 AI는 필수다. AI 그림 생성기를 이용해 밈(meme)을 만들거나, 챗봇과 롤플레잉 게임을 하며 새로운 서사를 창조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다. 음악을 작곡하고 영상을 편집하는 과정에서도 AI는 창작의 벽을 낮춰 누구나 손쉽게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틱톡에서는 ‘AI필터 반려동물 버전 챌린지’가 유행이다. 우리 집 강아지나 고양이 얼굴을 AI필터에 입히면 갑자기 사람처럼 손발을 움직이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기괴하면서도 귀여운 움직임에 중독된다고 한다.

기술 넘어 친근한 심리 파트너로

이처럼 AI가 일상에 자리 잡자 기업은 미래 세대를 위한 AI 서비스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추세다. 일례로, 국내 이동통신사 모두 AI멘털케어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LG유플러스는 AI 기반 마음 관리 플랫폼 ‘답다’(답장받는 다이어리)를 출시했다. 잘파세대가 AI를 친근한 대화 파트너이자 심리적 버팀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서비스에 접목한 사례다.

잘파세대에게 AI는 기술 그 이상이다. 뭘 먹을지, 뭘 입을지, 데이트 장소는 어디가 좋을지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고민을 AI에게 묻고 있다. AI가 관심 분야를 파고드는 ‘덕질’의 도구가 되고, 감정을 털어놓는 친구 이상의 친구가 된다. 영화 ‘HER’의 사만다는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제 시장은 이들의 새로운 AI 활용법에 맞춰 발 빠르게 진화해야 한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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