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컴퓨텍스의 주인공은 단연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였다. 그는 대만 타이베이 무대에서 '인공지능(AI) 공장(AI Factory)'을 화두로 다시 꺼내 들며, 미래의 기업은 단순히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서버를 사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입력하면 지능(Intelligence)과 수익을 생산해 내는 AI 공장을 설립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그가 말하는 'AI 공장'은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던 기존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지능을 대량 생산하는 제조 시설'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공장이 철광석, 원유, 전기, 노동력을 투입해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생산해 냈다면, AI 공장은 데이터, 전력, 반도체, 알고리즘을 투입해 24시간 예측, 분석, 기획서, 창작물, 로봇 제어 명령 등 지능을 만들어 낸다. 이른바 '지능 제조 공장'이다.
예를 들어, 과거의 데이터센터는 거대한 '지식 저장 창고'에 가까웠다. 수백만건의 화학 물질 정보와 의학 논문을 저장해 두면, 연구원은 필요한 정보를 일일이 검색하고 읽어야 했다.
그러나 AI 공장은 이 방대한 데이터를 스스로 해석한다. 물질 간 결합 확률, 부작용 가능성, 임상 적용 가능성을 추론하고, 인간 과학자가 평생 걸려도 찾기 어려운 신약 후보 물질을 며칠 만에 설계할 수 있다.
과거 IT 시스템이 우리가 넣어둔 정보를 그대로 꺼내 주는 '수동적 도서관'이었다면, AI 공장은 데이터를 먹고 스스로 사고해 가치 있는 결과물을 계속 찍어 내는 '능동적 지능 생산기지'다. 이것이 젠슨 황이 말한 AI 공장의 본질이다.
이러한 AI 공장은 에이전틱 AI(Agentic AI), 피지컬 AI(Physical AI)와 결합해 '차세대 AI 생태계의 핵심 구조를 완성해낼 전망이다.
우선 AI 공장은 전기를 연료로 삼아 '인공지능의 두뇌'를 쉴 새 없이 회전시키는 거대한 기계 설비로서,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가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지능을 공급하는 심장 역할을 한다.
이 심장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에이전틱 AI는 디지털 세계의 화이트칼라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소프트웨어(SW)와 웹 도구를 조작하며, 코딩, 기획, 예약, 정산, 분석 같은 업무를 처리한다. 형체는 없지만 실제 일을 수행하는 SW로봇이다.
반면 피지컬 AI는 현실세계의 블루칼라다. 중력, 마찰, 장애물, 사람의 움직임이 존재하는 물리 세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인다. 물류 이동, 조립, 수술 보조, 운전, 공장 제어를 수행하는 로봇,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세 가지가 결합하면 기업 운영 방식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미래의 아마존 스마트 물류센터를 상상해보자. AI 공장이 전국 주문 데이터, 재고 데이터, 날씨 데이터, 배송 경로를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사무원인 에이전틱 AI는 “내일 폭설이 예상되므로 방한용품 주문이 급증할 것이다. C동 재고를 A동으로 이동시키고, 배송 차량을 북부 지역에 미리 배치하라”고 판단한뒤 작업 명령서를 자동으로 작성한다.
그 명령을 받은 현장 근로자인 피지컬 AI, 즉 자율주행 지게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은 실제 창고를 돌아다니며 박스를 옮기고 트럭에 싣는다. 사람을 피하고, 미끄러운 바닥에서 균형을 잡고,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넘어지지 않도록 물리 법칙을 계산한다. 이 모든 판단과 제어를 뒤에서 지원하는 것이 바로 AI 공장이다.
문제는 현실 세계가 디지털 세계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이다.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오고, 바닥은 젖어 있으며, 기계는 마모되고, 조명은 바뀐다. 피지컬 AI를 구현하려면 에이전틱 AI보다 훨씬 강력한 실시간 추론 능력이 필요하다. 젠슨 황이 “미래의 모든 움직이는 것은 자율화될 것”이라고 말하며 베라 루빈(Vera Rubin)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론 비용을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춰, 누구나 막대한 비용 부담 없이 대규모 지능을 찍어낼 수 있는 경제적인 지능 제조 공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순차 연산에 탁월한 '베라 CPU'를 전격 등판시켰다. 에이전틱 AI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도구를 사용하려면 끊임없이 사고의 고리(Loop)를 도는 복잡한 논리 전개가 필수적인데, 베라 CPU는 이 무거운 데이터 흐름을 지휘하는 강력한 두뇌(Orchestrator) 역할을 한다. 여기에 대규모 병렬 연산을 담당하는 차세대 '루빈 GPU'와 초고속 네트워크를 완벽히 통합해 지능을 무한 공급해 주는 꿈의 발전소를 구현할 생각이다.
베라 루빈 플랫폼이 가리키는 AI 비즈니스의 미래는 명확하다. 바로 '추론 비용의 극적인 붕괴'다. AI를 똑똑한 직원처럼 부리는 데 드는 요금이 90% 이상 저렴해지면, 세상 모든 회사가 일하고 돈을 버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연산 비용(TCO) 때문에 AI 도입을 주저했던 기업들도 이제는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에 24시간 일하는 유능한 AI 에이전트를 고용할 수 있게 된다. 비즈니스의 문법이 소프트웨어를 구독하는 시대(SaaS)에서, 일하는 지능형 에이전트를 고용하는 'AaaS(Agent-as-a-Service)' 시대로 급변하는 서막이 열리고 있다.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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