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수의 AI와 뉴비즈] 〈28〉'AI 안경' 스마트폰 없는 세상 앞당긴다

“내가 말하는 내용을 영어로 번역해줘.” “9시 뉴스를 화면에 띄워줘.” “시청까지 길을 안내해줘.” 이제 스마트폰이 없어도 원하는 기능을 척척 수행해주는 '인공지능(AI) 안경'이 등장했다.

메타는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2025' 행사에서 신형 스마트 AI 안경 '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Meta Ray-Ban Display)'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오른쪽 렌즈에 고해상도 컬러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메시지, 사진 미리보기, 실시간 자막과 번역, 지도 내비게이션 등을 눈앞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음성 명령과 제스처 조작을 동시에 지원한다. 특히 손목에 착용하는 근전도(sEMG) 밴드가 사용자의 손 근육의 전기 신호를 감지해, 손가락을 튕기거나 움켜쥐는 동작만으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음성 제어 기능과 AI 어시스턴트가 연동돼 “텔레비전 켜” “온도 23도로 맞춰” 같은 자연어로 말만 하면 기능이 즉시 실행된다.

'AI 안경'은 이제 단순한 패션 아이템을 넘어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AI 언어 모델이 탑재돼 사용자의 요청을 이해하고 친구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항상 착용하고 있어 신체의 일부처럼 활용할 수 있으며 터치나 버튼을 누지 않고 제스처만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음성, 제스처, 화면 피드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사용자 경험은 극적으로 변화한다.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걸어 다니며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며, 원하는 음악을 재생하고, 필요한 정보를 생성하는 놀라운 혁신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메타는 이 제품을 “실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첫 소비자용 안경이자, 첫 AI 안경”이라고 소개했다. 중요한 점은 'AI 안경'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기기로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시장을 메타를 비롯해 아마존, 애플, 구글이 개척 중이다. 먼저 메타가 레이밴·오클리와 손잡고 '레이밴 디스플레이'를 앞세워 시장 선점에 나섰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확장현실(XR) 플랫폼을 앞세워 워비파커, 젠틀몬스터 등 안경 브랜드와 협업하며 개방형 생태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내부 프로젝트 '제이호크(Jayhawk)'를 통해 소비자용과 물류 현장용 증강현실(AR) 안경을 동시 개발하고 있다. 애플은 2026~2027년 출시를 목표로 AI 안경을 개발 중이다. iOS·아이클라우드·시리 등 자사 생태계와 연결해 강한 파급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AI 안경은 스마트폰 기능 대부분을 대체할 잠재력이 크다. 메시지 확인, 길 안내, 번역, 통화 일부, 알림 응답 등 일상적 상호작용이 눈앞 디스플레이와 음성·제스처만으로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한 대체까지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배터리 지속 시간, 가격, 개인정보 보호와 사용자 신뢰, 디자인·착용감,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 구축 등이 해결돼야 한다. 특히 애플이 자사 폐쇄형 생태계(walled garden) 전략을 유지할 경우 다른 브랜드와의 상호운용성이 제한될 수 있다. 그럼에도 'AI 안경'의 보편화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물결을 일으킬 것이다. 안경 디자인·AI 서비스·앱 생태계를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이 생겨날 것이며, 실시간 번역, 자막, 건강 모니터링, 클라우드 저장, 개인 AI 어시스턴트 등이 유료 구독 모델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의료용 AR 안내,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술, 산업현장에서의 매뉴얼 제공, 원격 지원 등이 확대될 전망이다.

우리는 지금 인터페이스 혁명의 파도 위에 서 있다. 'AI 안경'은 사람과 기계의 관계를 바꾸고, 스마트폰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이 혁신의 파도에 서둘러 올라타야 한다.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 혁신상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