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민주화’를 통해 개발자 의존도를 줄이면 사업 목적에 더욱 부합하는 인공지능(AI) 전환이 가능해집니다.”
최기영 스노우플레이크 한국지사장은 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노우플레이크 서밋’ 현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기업들이 AI 전환을 하는 데 있어 기술적인 검토도 중요하지만 사업 목적을 중심에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를 활용해 데이터를 다루는 주체가 비(非)개발자로 확대되는 ‘데이터 민주화’가 기업의 AI 전환의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전환을 추진하는 많은 국내 기업에서 사업 목적과 기술 개발의 우선순위가 뒤바뀌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AI 프로젝트는 사업 목적에서 출발하지만, 주객이 전도되어 기술 중심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 목적에 대한 일관된 사고를 유지하고 기술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활용 시나리오에 맞춰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사용자가 ‘노 코드’ 도구와 자연어 처리 기반의 솔루션 등을 활용해 직접 AI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는 설명이다.
최 지사장은 ‘데이터 민주화’에서 더 나아가 ‘AI 민주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개발자나 데이터 과학자 등 전문 인력 없이는 데이터 활용이 어려웠다”며 “스노우플레이크를 활용하면 현업 사람들이 반나절만 배워도 쓸 수 있도록 돕는 툴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AI 민주화는 정확도를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서는 70~80%의 정확도도 훌륭하다고 평가받을지 모르겠지만 기업에서는 90% 이상의 정확도가 필수적”이라며 “AI의 데이터 활용 정확성을 유지하는 것이 큰 가치”라고 덧붙였다.
과도한 규제가 한국 기업들의 AI 전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 지사장은 “한국 기업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은 매우 많지만 국내 보안 규제가 글로벌 스탠다드와 다른 점이 많아 보수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대표적인 규제로 꼽은 건 ‘망 분리’다. 그는 “단순하게 망 분리만 되면 데이터를 완전히 보호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이라며 “그것만 고집하다보면 근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제한하는 결과를 불러온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금융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스노우플레이크는 한국 진출 3년 반 만에 삼성전자·넥센·아모레퍼시픽 등 120여개 한국 고객사를 확보했지만 금융 분야 고객사는 비교적 적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지사장은 “그동안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인해 고객 데이터 활용에 제약이 있었지만, 최근 서비스형 플랫폼(PaaS)로 금융보안원으로부터 안정성을 인증받은 만큼 금융 데이터 활용 가능성이 커졌다”며 “하반기부터 금융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I가 데이터 클라우드와 결합할 때 확대될 파급력도 강조했다. 과거엔 어려웠던 비정형 데이터 활용을 AI가 가능하게 하고 있어서다. 최 지사장은 “AI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되고 있다”며 “데이터의 약 80%를 차지하는 비정형 데이터를 AI가 정형 데이터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그 활용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