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쓰고 인간이 다듬는 '하이브리드 콘텐츠' 논란

1 day ago 1

‘파이선은 무작위 숫자를 만들어내고, 동일한 조건을 설정할 때 결과를 반복해서 생성할 수 있다.’

기술 블로그의 일부분 같지만 사실 인간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 작성한 문장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초안을 쓰면 인간 편집자가 실제 개발 경험과 해설을 덧붙여 글을 완성하는 식이다.

AI를 접목한 콘텐츠 생산 방식이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콘텐츠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AI가 작성한 글을 인간 전문가의 의견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신뢰의 위기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이브리드 생산 방식 확산

AI가 쓰고 인간이 다듬는 '하이브리드 콘텐츠' 논란

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최근 자사 LLM ‘클로드’를 기반으로 한 블로그 ‘클로드 익스플레인’을 선보였다. AI가 복잡한 코드 베이스를 단순화해 초안을 작성하면 앤스로픽 개발자들이 프로젝트 경험과 최신 사례를 추가해 포스팅하는 플랫폼이다. 자동화된 협업 구조 덕에 지난 2주 동안 135개 기술 콘텐츠가 게시됐다.

플랫폼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AI와 인간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 과거에는 숙련된 블로거나 개발자가 콘텐츠를 처음부터 직접 작성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엔 전문 기술 콘텐츠 수요 증가와 인건비 부담이 맞물리며 AI가 반복적 설명을 맡고 사람은 문장 다듬기와 경험 추가에 집중하는 ‘하이브리드 생산’ 방식이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가 쓴 콘텐츠가 사람의 글과 거의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고도화됐다는 점도 중요한 배경이다.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서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비전문가 1만634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AI가 생성한 시를 인간이 쓴 것으로 오인한 참가자 비율이 46.6%에 달했다. 인간이 쓴 시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경우도 많았다. AI가 초안을 쓰고 인간이 다듬는 협업 방식은 콘텐츠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어 블로그, 기술 문서, 광고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콘텐츠 생태계 흔들릴 수도”

AI를 접목한 콘텐츠 생산 실험은 최근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오픈AI는 자사 GPT 모델을 기반으로 연구 결과와 활용 사례를 정리한 뒤 블로그 콘텐츠 및 기술 문서를 작성해 공개 중이다.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AI가 생성한 광고 문구를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대한 우려도 많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AI가 작성한 콘텐츠를 인간 전문가의 판단으로 오인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특히 AI가 초안을 쓰고 인간이 다듬는 구조가 명확히 표시되지 않았을 때 독자는 해당 글을 순수한 인간의 창작물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지적이다.

콘텐츠 생산 주체가 인간에서 AI로 이동하면서 ‘경험 기반의 진정성’에 의존해온 블로그 생태계의 본질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AI가 대량 정보를 바탕으로 논리적 문장을 만들어내긴 하지만 실제 경험과 감정이 결여돼 블로그나 기술 문서의 핵심이던 ‘현장의 목소리’가 희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AI가 작성한 콘텐츠를 인간이 쓴 것으로 인식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궁극적으로 플랫폼과 제작자 모두의 신뢰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