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혹평 딛고…'붉은사막' 매출 신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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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혹평 딛고…'붉은사막' 매출 신기록

“이게 7년을 기다린 결과인가? 당장 환불한다.” “화면만 화려하고 조작은 굼떠서 못 해 먹겠네요.”

지난달 19일 펄어비스의 야심작 ‘붉은사막’이 베타버전으로 나오자 국내외 게임 커뮤니티에서 혹평이 쏟아졌다. 2019년 첫 프로젝트 공개 후 7년을 기다린 게이머들의 기대감은 순식간에 ‘역대급 거품’이라는 비난으로 변했다. 글로벌 평점 사이트 메타크리틱 점수는 70점대, 대작 기준선인 80점대를 훨씬 밑돌았다. 시장은 이런 평가를 온전히 받아들였다. 공식 출시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19일 펄어비스 주가는 28.28% 급락하며 하한가로 마감했다.

◇ 기술 고집이 반전 만들어

붉은사막은 펄어비스가 7년간 개발한 ‘올인 프로젝트’다. 2000억원 이상의 제작비와 200여 명의 개발 인력이 투입됐다. ‘검은사막’ 지식재산권(IP) 이후 사실상 유일한 차기 성장 동력이었다. 실패할 경우 펄어비스의 운명도 달라진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출시 직후 이어진 혹평에 펄어비스의 7년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모두가 봤다”고 했다.

그러나 암울한 상황은 출시 3일 만에 바뀌기 시작했다. 펄어비스는 출시 직후 첫 주말 ‘1.00.03’ 긴급 패치를 통해 조작 반응성과 프레임 저하 문제를 집중적으로 개선했다. 허진영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27일 주주총회에 직접 나서 계속 패치를 약속하며 진화에 나섰다.

커뮤니티에서도 “해볼만 한 게임이다” “재밌다” 등의 평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붉은사막은 출시 12일 만에 글로벌 온·오프라인 합산 판매량 400만 장을 돌파했다. 국내 게임사가 개발한 싱글 패키지 타이틀 기준 최단 기록이다. 매출로 환산하면 약 3000억원 규모로, 지난해 펄어비스 연간 매출(3656억원)의 8할에 달한다.

초기 혹평의 배경으론 ‘기술 중심 개발’이 지목된다. 엔지니어 중심 문화가 강해지면서 이용자 경험보다 기술 완성도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 과정에서 조작 편의성과 서사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펄어비스는 붉은사막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2021년과 2025년 두 차례 출시를 연기했고, 개발 방향을 트는 과정에서 핵심 프로듀서가 이탈하는 등 진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체 기술력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펄어비스는 자체 엔진 ‘블랙스페이스’를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해 외부 엔진 의존도가 낮다. 덕분에 결함 발견 직후 소스코드를 직접 수정하는 등 기민한 대응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 펄어비스 시총 5조원 눈앞

업계는 국내 게임산업의 구조 변화 가능성에 주목한다. 출시 초반 매출에 집중하는 모바일·확률형 아이템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출시 이후 피드백을 반영해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장기 흥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특히 콘솔 게임 시장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확산하면서 국내 게임사도 콘솔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은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3배 가까이 뛴 9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이란 예상도 있다. 최근 3년간 이어진 적자 행진도 끊어낼 게 확실시된다. 최승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붉은사막은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IP 이후 최고의 국내 상장사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며 펄어비스의 올해 예상 매출을 9674억원, 영업이익을 4536억원으로 조정했다.

국내 게임업계 지형도를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3조8869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대장주’인 넥슨(약 20조원)과 크래프톤(11조2115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엔씨소프트(4조5888억원), 넷마블(4조775억원)과의 격차를 좁히며 4위권 싸움에 불을 지폈다. 현 추세라면 단기간 내 ‘시총 5조 클럽’ 진입은 물론 업계 순위 역전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많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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