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엽기 세대로의 타임머신” 토막: 지구를 지켜라 리제네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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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다이브’ 홍보가 추가됐다.

‘토막: 지구를 지켜라 리제네레이션’. 개발사의 신작 ‘몬길: 스타다이브’ 홍보가 추가됐다.

지금도 막 새천년을 맞았을 때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TV에서는 1000년이 시작되는 21세기가 되면 인류의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해 모두 행복해진다는 희망적인 관측을 하는 한편,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처럼 세계 멸망에 대한 걱정이 공존하던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인터넷은 더 혼란스러웠다. 괴상하고 더럽고 폭력적인 엽기 콘텐츠로 뒤덮였기 때문이다. TV, 라디오에선 접할 수 없는 신선한 문화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빠져들었다.

씨드나인(현 넷마블몬스터)이 2001년 출시한 ‘토막: 지구를 지켜라(이하, 토막)’는 그런 엽기 돌풍 한 가운데 등장했다. 화분에 머리만 심어진 미소녀를 육성하며 연애한다는 그야말로 엽기적인 설정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게임잡지에서 앞다투어 다루기 시작했고 무명 개발사였던 씨드나인은 이 작품 하나로 스타 개발사가 됐다.

심지어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일본에 출시한 패키지는 파스 냄새가 났다고 하는데, 일본 이용자들에겐 화장실 냄새와 같았다. 겉보기에도 기괴한데 화장실 냄새까지 풍기는 게임이 됐지만 나름 성공했는지 지금도 ‘토막’을 추억하는 이용자들이 간간이 보일 정도다.

지금 봐도 충격적인 게임 화면. 그 당시 전체이용가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지금 봐도 충격적인 게임 화면. 그 당시 전체이용가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2026년 4월 2일, 넷마블몬스터가 다시 ‘토막’을 부활시켰다. ‘리제네레이션’이라는 부제를 붙인 만큼, 지금의 PC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해상도를 높이고 그래픽을 개선했다. 또, 한국어, 일본어에 더해 당시 없던 영어 자막을 새로 추가했다. 영어권 이용자들도 한국 엽기 최전선에 있던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토막: 리제네레이션’은 인류 멸망을 막고자 몸소 지구에 내려온 사랑의 여신 에비앙의 이야기를 그린다. 인류에게 사랑이 남아 있음을 증명해야 인류 멸망을 막을 수 있는데, 질투의 여신 데자와의 제안에 따라 머리만 남은 화분이라는 극단적인 모습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기억도 잃어버렸다. 이용자는 애정을 담아 에비앙을 육성하며 자신의 사랑을 찾아야 한다.

에비앙이 질투의 여신 데자와의 제안에 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에비앙이 질투의 여신 데자와의 제안에 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핵심은 에비앙의 육성이다. 3년 동안 밥이나 물을 주어 허기와 목마름을 달래고, 쓰다듬거나 눈 맞추기 같은 교감을 통해 호감도나 신뢰도를 올리며, 독서, 노래 부르기, 그림 그리기를 시켜 지성, 감수성, 매력 등을 성장시키게 된다. 여기에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 같은 기념일 이벤트, 다른 신들의 도움이나 방해가 발생하는 돌발 이벤트를 통해서도 에비앙의 육성 수치가 변화한다.

요새 육성 게임과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현세대 이용자를 위한 구제 조치가 전혀 없어 실상은 매우 까다롭다. 먼저, 행동에 따른 육성 수치 증감을 예측하기 어렵다. 에비앙의 정신 상태, 현재 기온과 습도, 화분의 위치, 착용 아이템, 돌발 이벤트 유무에 따라 같은 행동이라도 다른 결과를 불러온다. 예를 들어, 쓰다듬기는 보통 호감도, 신뢰도가 오르는 선택지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오히려 떨어질 때도 있는 셈이다.

정신 상태에 따라 다양한 얼굴로 변화한다. 플레이 중에 실사 같은 얼굴을 볼 일은 거의 없었다.

정신 상태에 따라 다양한 얼굴로 변화한다. 플레이 중에 실사 같은 얼굴을 볼 일은 거의 없었다.

또, 주 단위로 일정을 관리하는 일이 많은 여타 육성 게임과 달리 일 단위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도 난도를 높인다. 선택마다 육성 수치가 요동을 치니 게임을 파악하는 게 더욱 어려워진다. 여기에 육성 수치 증감 외에 보이지 않는 카운터가 있고 이것이 엔딩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 때문에 첫 번째 플레이, 아니 수차례 플레이를 해도 인류 멸망을 피하기 정말 어렵다.

요새 리마스터 게임은 당시의 게임 경험을 살리면서도 별도의 매뉴얼을 마련해 게임 파악에 들어가는 수고를 줄인다. 게임의 핵심 재미를 빠르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토막 리제네레이션’은 ‘토막’을 충실히 이식했을 뿐 그 외의 도움은 전혀 없다. 옛날엔 잡지 공략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도 찾기 어려우니 과거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된 셈이다.

다른 히로인을 선택해도 인류 멸망을 막을 수 있다는 건 위안이 된다. 인류에게 사랑이 있음을 증명하는 게 목적이지, 에비앙을 사랑하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히로인을 선택해도 인류 멸망을 막을 수 있다는 건 위안이 된다. 인류에게 사랑이 있음을 증명하는 게 목적이지, 에비앙을 사랑하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토막 리제네레이션’은 지금 와서 즐기기는 애로사항이 많다. 소재가 독특한 만큼, 요즘 시대에는 하는 게임보다는 보는 게임으로 더 각광 받을 것이다. 그래도 역사적으로는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당시의 게임 플레이는 물론, 당시 세대의 문화, 언어, 생각도 그대로 담아낸 덕분이다.

예를 들어, 건방진 상태의 에비앙에게 햄버거를 먹였을 때 “뇌에 구멍이 난다~ 광우병인가 봐~”하는 대사는 당시 한국에 퍼지기 시작했던 광우병에 대한 인식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솔직히 이런 건 수정될 거로 생각했기에 조금 충격이었다. 그래도 이런 요소 하나하나를 그대로 살려낸 덕분에, ‘토막 리제네레이션’은 당시 엽기 세대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가 됐다.

‘토막 리제네레이션’은 에픽게임즈 스토어에서 오는 4월 17일까지 무료로 배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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