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살아서 가겠습니다. 어머니, 상추쌈이 먹고 싶습니다.”
1950년 8월 11일 포항지구 전투에 투입된 71명의 학도병 중 한 명인 이우근(당시 서울 동성중 3학년 재학)이 전투 직전 어머니에게 쓴 편지의 일부다. 이 편지는 부쳐지지 못한 채, 전투 뒤 전사한 그의 주머니에서 피로 얼룩진 메모지 형태로 발견됐다.
국립서울현충원 현충문 왼쪽에는 학도의용군 무명용사탑이 있다. 이 탑 뒤 봉안함에는 신원을 끝내 확인하지 못한 학도의용군 48위가 안장돼 있다. 대부분 1950년 여름 낙동강 전선에서 전사한 중·고등학생이다.
현충일은 6·25전쟁 전사자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와 의병, 순직한 순경과 소방대원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한 모든 이의 넋을 기리는 날이다. 날짜가 6월 6일인 것도 의미심장하다. 1956년 현충일이 제정된 그해 6월 6일은 절기상 망종(芒種)이었다. 예부터 망종에 제사를 지내던 풍습과도 맞닿아 있다. 그 해 수확할 곡식의 씨앗을 뿌리는 시기에 추모의 씨앗도 함께 심은 것이다.
올해로 71회를 맞은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한·미 양국은 국군 유해 10구와 미군 추정 유해 3구를 상호 봉환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린 이 행사에는 이재명 대통령도 참석했다.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넘었지만, 귀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쟁은 마지막 전사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 비로소 끝난다.
오늘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되는 현충일 추념식에는 가평 육군 헬기 추락사고 순직자, 해경 순직자, 6·25 전사자 발굴 유해 유가족 등이 초청됐다. 오전 10시 정각이 되면 전국에 추모 사이렌과 함께 ‘전국 동시 추모 묵념’이 진행된다. 국민 전체가 동시에 멈추는 1분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감사의 정원’에는 6·25전쟁 23개 참전국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조성돼 있다. 추모가 도시 한복판의 일상으로 나온 것이다. 추모는 거창한 기념비에서만 이어지는 게 아니다. 이름을 새기고, 이야기를 기록하고, 잊지 않으려는 작은 노력에서 시작한다. 올해 현충일의 주제는 ‘기억하고, 기록하고, 책임을 다하겠습니다’이다. 현충일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이심기 수석논설위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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