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
지난해 4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핵심은 ‘소액주주 보호’였다. 이사회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등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제고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당선 후 추진한 상법 개정도 주주 가치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대통령의 정책엔 기본적으로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회사의 자본을 댄 주주는 회사의 최종 위험을 떠안는 책임의 주체다. 회사가 망하면 직원은 밀린 임금을 우선적으로 받을 권리가 생긴다. 이어 은행과 채권자가 자금을 회수한 후 주주는 가장 마지막에야 돈을 받을 수 있다. 회사에 남는 돈이 없으면 투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 반대로 회사가 성공하면 직원은 약속된 급여를 받고, 주주는 남는 이익에 대한 권리를 지닌다. 주주가 된다는 것은 회사와 운명을 같이하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n% 성과급 타결’에 많은 전문가가 아쉬움을 나타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만의 리그’ ‘사회적 양극화 심화’라는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이 같은 방식은 법적으로 논란거리다. 법인세와 금융비용 등을 빼기 전 단계인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직원 성과급으로 자동 귀속하는 건 상법이 보장하는 주주 잔여청구권과 이익처분권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주주 이익 보호를 외친 정부가 노사 자율이란 명분으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영업이익 연동 보상제’를 눈감아주면서 주주 이익 침해를 방관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정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만약 4~5년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주주는 시장에서 주가 하락 및 배당금 감소라는 리스크를 짊어진다. 반면 임직원은 그런 위기 속에서도 10년간 영업이익의 고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받아간다. 반도체뿐 아니다. 조선, 자동차, 정보기술(IT), 바이오 등에서도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내부적으로 ‘n% 성과급의 주주총회 승인 의무화’ 검토에 착수했다는 10일 한국경제신문의 보도 이후 “반갑다”는 반응을 보인 주주가 많은 배경이다. 이 논의는 언젠가는 시작했어야 할 일이다. 한국 경제는 ‘영업이익 1000조원 시대’라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급증하는 기업의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는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니라 우리 경제가 맞닥뜨린 시대적 과제다. 그 논의 과정에서 주주 이익 보호라는 정부의 일관된 시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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