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인 오늘부터 사실상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하루 이틀 연차를 쓰면 최대 9~10일을 쉴 수 있는 황금 연휴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인파로 공항이 미어터지지만, 그래도 고향을 찾는 사람이 훨씬 많다. 추석 기차표 예매 첫날인 지난달 17일엔 코레일 사이트가 ‘먹통’이 됐다. 사상 최대인 185만 명이 동시 접속한 탓이다. 여행이든 귀성이든 전쟁이다. 그래도 ‘한가위만 같아라’는 민족 최대 명절 아닌가. 짜증은 접고 넉넉한 마음으로 연휴를 즐길 일이다.
보름달 같은 마음이 되려면 지갑 속도 초라하지 않아야 한다. 부모님 선물을 사고 조카들 용돈만 챙겨도 지출이 만만치 않다. 추석 상여금을 두둑하게 받은 직장인이라면 괜찮겠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인·구직 플랫폼인 ‘사람인’이 950개사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1인당 평균 상여금 지급액은 62만8000원에 그쳤다. 치솟은 물가까지 생각하면 그야말로 ‘쥐꼬리’다. 이번에 국회의원들이 받았다는 ‘추석 떡값’(명절 휴가비) 425만원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떡값’은 박정희 정부 때 추석과 설에 박봉의 공무원들에게 ‘귀향 효도비’로 약간의 상여금을 지급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액수가 딱 방앗간에서 떡 한 시루 맞출 정도였다. 호봉제인 6~9급 공무원은 요즘 기본급의 60%를 명절 상여금으로 받는다. 결혼이나 이사 때 주변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주던 돈도 떡값이라고 불렀다. 그 의미를 결정적으로 타락시킨 건 1970년대 초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이후락 씨다. 그는 수백억원의 비자금 조성과 축재가 드러나자 “떡을 만지다 보면 떡고물이 묻기 마련”이라며 후안무치의 정수를 보여줬다.
아랫사람이나 이웃에게 베풀던 아름다운 풍습이 뇌물이나 촌지로 변질돼 특히 기업과 사업자의 명절 부담을 늘렸다. 손 벌리는 데가 많고 알아서 챙겨야 할 곳도 많아서였다. 물론 그런 구태도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이 컸고 청렴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도 높아진 덕분이다. 그래도 직장에서만큼은 두둑한 떡값을 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내년 추석 때는 더 풍성한 떡값을 기대해본다.
김정태 논설위원 in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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