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그제 평양에서 열린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전야 행사에서 “풍요로운 낙원 건설”을 약속했다. ‘사회주의 지상낙원론’은 20대부터 북한 통치자로 자리 잡은 김정은의 핵심 영업비밀이다. “나라를 백화만발하는 지상낙원으로 만드는 것은 장군님(김정일)의 유훈”이라는 식으로 끊임없이 주민을 희망고문하고 세뇌한다.
이번에는 여러 해외 귀빈이 선전선동에 동원됐다. 중국 권력서열 2위(리창 총리), 러시아 푸틴 최측근(메드베데프 의장), 베트남 최고지도자(또럼 서기장)가 김정은 연설에 박수쳤다.
지상낙원은 오래전 시효를 다한 케케묵은 언어다.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은 1950년대부터 지상낙원론을 앞세웠다. 1962년에는 ‘이밥(쌀밥)에 고기국을 먹는 것’으로 지상낙원을 구체화했다. 그즈음 대남 확성기선동을 시작하면서 내세운 주장이 ‘사회주의 지상낙원으로 오라’였다. 일본도 이 선전에 속아 재일동포 9만3000명을 1959~1984년 지상낙원으로 들여보냈다. 지상낙원론의 원작자는 마르크스와 트로츠키, 마오쩌둥과 카스트로다. 모두 지상낙원을 약속했지만 국민을 나락으로 몰았다.
지상낙원론자들은 무오류론자이기도 하다. 김정은은 전야제에서 “조선노동당 80성상에 단 한 번의 착오나 오류도 없었다”고 자평했다. 당을 앞세웠지만 실은 당 총비서인 자신의 무오류성에 대한 강조다. 레닌이 사망하자 그를 ‘무오류의 혁명가’로 신격화하고 후계를 자처한 스탈린을 연상시킨다.
사교 체제에서나 통할 법한 사고지만 여전히 강력히 작동한다는 게 문제다. 북한 주민들은 “남한 주민들은 집이 없어 대출로 살아가지만 공짜로 집을 주는 우리나라는 지상낙원”이라고 한다. 북한만이랴. 두 달 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 인민 서밋’ 행사에서도 김정은 체제가 사회주의 낙원으로 묘사됐다. 차기 뉴욕시장 유력 후보인 조란 맘다니가 소속된 민주사회당(DSA)의 공식 지지를 받은 행사다.
북한이 그들만의 낙원이자 지상 최대 감옥임은 두말하면 입 아픈 소리다. 그렇게 자신 있다면 세계는 물론이고 남한에 문을 꽁꽁 걸어 잠글 이유도 없을 것이다.
백광엽 수석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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