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 SK 상대 '알토란 활약'…"속마음은 다 끝나고 시원하게 얘기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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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프로농구 정규리그 1·2위 팀이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창원 LG의 1985년생 베테랑 슈터 허일영이 연일 '신스틸러' 역할을 하고 있다.
허일영은 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챔피언결정 2차전 원정 경기에서 12분 16초를 뛰며 12점 3리바운드를 기록, LG의 76-71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그는 LG가 끌려다니다가 분위기를 다시 잡기 시작한 3쿼터 종료 2분 7초 전 49-43, 1분 1초를 남기고는 53-45를 만드는 외곽포를 연이어 터뜨려 흐름을 기울이는 데 앞장섰다. 이를 포함해 3쿼터에만 10점을 몰아넣어 승리의 발판을 놨다.
1차전에서도 허일영은 9분 55초를 뛰면서 9점 3리바운드를 올려 LG의 기선제압을 이끈 바 있다.
당시에도 2쿼터 중반에 23-24로 추격하는 3점포와 3쿼터 종료 30초를 남기고 LG가 두 자릿수 격차(62-51)를 만드는 득점 등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2차전을 마치고 허일영은 "원정에서 2경기를 먼저 잡은 것은 정말 크다. 2승을 등에 업고 창원에 내려가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3점 슛은 제 장점이니 늘 준비하고 있다. 챔프전에선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눈치 볼 것 없이 일단 던져야 한다"면서 "연습 때부터 감이 좋아서 먼 거리에서도 쐈었는데 경기에서 기회가 왔다. '짧고 굵게' 잘 보여준 것 같다"며 웃었다.
SK에서 활약하다가 이번 시즌 LG로 옮겨 간 허일영은 정규리그에서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짧은 평균 14분 46초를 뛰었다.
플레이오프(PO) 들어서도 이날의 12분 16초가 가장 길 정도로 출전 시간은 많지 않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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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어린 선수들이 뛰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많이 못 뛰어서 속이 많이 상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제가 '꿍'했다면 좋지 않은 상태가 이어졌을 텐데, 조상현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하며 좋아졌다"고 전했다.
조 감독은 "허일영이 조금 더 뛰고 싶은 마음이 있었겠지만, 이해해주고 팀을 여기까지 잘 끌고 와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남은 경기에서도 역할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일영은 "15∼20분 뛸 체력은 늘 만들고 있다. 코치님과 트레이너 파트에서 관리를 잘 해줘서 지금도 더 뛸 수 있지만, 욕심은 내지 않겠다"면서 "5분이든 10분이든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해주자는 생각"이라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역대 최초로 3개 팀에서 챔피언결정전에 출전해 우승한 선수라는 타이틀을 달 기회를 맞이한 그는 "LG가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기에 간절해 보인다. 전체가 하나로 뭉쳐진 게 느껴진다"면서 남은 경기의 자신감도 보였다.
허일영이 공교롭게도 친정팀 SK를 상대로 맹활약을 이어가는 건 이번 챔프전에 '서사'를 더하고 있다.
그는 'SK를 상대해 더 동기부여가 크지 않느냐'는 질문에 "없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속마음은 다 끝나고 얘기하겠다. 지금은 상대를 자극할 필요는 없고, 끝나면 이기든 지든 한번 시원하게 얘기하겠다"고 답했다.
song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07일 22시4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