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틀 전 통보 뒤 공사 착수했다가 보류키로…"협의 되면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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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남 진해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마을미디어 '진해마을라디오'가 올해 개국 5년차에 접어들어 갑작스럽게 맞은 방송 중단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마을라디오의 산실 역할을 하던 국가등록문화유산 '진해역'에서 보수정비 공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미리 통보받지 못해 터를 갑자기 옮겨야 할 처지에 놓였지만, 이같은 언론 보도 이후 시가 공사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결정해서다.
15일 창원시와 진해마을라디오 제작단 설명을 종합하면 진해마을라디오는 창원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비영리 마을미디어로 2021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했다.
개국 이후 현재까지 국가등록문화유산이자 무배차 간이역인 진해역에 둥지를 틀고, 주 2∼3회 안팎으로 라디오 방송을 이어오고 있다.
시에서는 진해마을라디오에 진해역 사용승인을 내줘 진해역에 스튜디오를 구축하게 하고, 시 소유의 각종 방송장비도 무상으로 대여해줬다.
진해마을라디오는 출범 초기에는 시의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 지원도 받았지만, 2022년 말 해당 사업이 종료된 이후부터는 제작단 회비(월 1만원)를 통해 마을라디오를 자체 운영해오고 있다.
'내가듣는라디오', '참새 방앗간', '벚꽃소녀들의 재미진해', '라디오 진해살롱', '진해역 맞이방' 등 마을과 마을 공동체, 지역 안에서의 개인 기록을 담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유튜브와 팟빵 앱을 통해 선보인다.
마을라디오 방송을 위해 제작단으로 참여하는 주민들은 현재 25명 정도다.
이들 모두 본업은 따로 있지만,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봉사활동 차원에서 마을라디오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방송장비 사용·편집부터 유튜브 방송 송출까지 플랫폼 운영 전반에 이들의 손길이 닿는다.
그러던 중 제작단은 지난 12일께 갑작스럽게 진해역에서 보수정비 사업이 이뤄진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틀 만인 지난 14일 공사가 바로 시작됐다.
각종 방송장비를 갖춘 진해역 스튜디오 사용이 마땅치 않게 되면서 매주 규칙적으로 해오던 방송 역시 난관에 부딪혔다.
당장 스튜디오로 쓸 대체 공간을 물색하는 일도 여의치 않은 형편이었다.
진해마을라디오 측은 개국 이후 만 4년 가까이 매주 빠지지 않고 방송을 업로드해왔다며 마을라디오를 지켜나가는 데 시가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진해마을라디오 관계자는 "공사를 반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마을미디어가 진해역에서 만 4년간 고정적으로 방송을 해왔다면 적어도 시가 미리 공사를 안내하는 등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마을미디어에 대한 인식, 이해가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시에는 향후 협의를 통해 마을미디어 방송이 계속 이뤄질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사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시는 이날 오전 진해역 공사를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시 관계자는 "공사를 중단하고, 마을라디오 측과 협의가 마무리되면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s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15일 11시41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