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유쾌해지는 그림이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에는 이렇게 먹고, 마시고, 음악을 즐기는 장면의 그림이 큰 인기를 누렸다. ‘유쾌한 모임’이라는 장르가 생겨날 정도로 많은 화가들이 즐겨 그렸다. 하를럼에서 활동하던 유디트 레이스터르도 그중 하나다. 여성 화가가 드물던 시대에 그녀는 화가 아버지를 둔 덕분에 일찌감치 그림을 배울 수 있었다. 레이스터르는 화가 조합인 ‘길드’에서 정식으로 전문 화가 지위를 얻은 최초의 네덜란드 여성이기도 했다. ‘유쾌한 모임’(1629년·사진)은 그녀가 스무 살 때 그린 것으로 여느 화가들과는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프란스 할스 같은 남성 화가들이 여관이나 선술집에서 만취한 젊은이들을 그리며 쾌락의 허망함을 풍자했다면, 레이스터르는 그 반대편을 포착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몸짓도, 비웃음이나 조롱도 없다. 대신 음악과 웃음, 건배의 순간이 만들어 내는 생생한 교감, 사람과 사람이 함께 있을 때만 가능한 따뜻한 온기를 담았다. 이 그림은 단순한 향락을 넘어 함께 웃고 노래하는 순간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행복임을 일깨운다.
세기가 바뀌어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좋은 사람과 술잔을 기울이고, 음악을 나누고, 마음껏 웃고 교감하는 시간은 삶을 지탱하는 힘이다. 가족이든 친구든 이웃이든 마음 맞는 사람들과 만나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진정한 행복은 함께할 때 완성되는 거니까.
이은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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