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인수에 VC 뭉칫돈 몰린다

1 day ago 1

국내 중소기업 상속·인수 시장에 벤처캐피털(VC)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직원 승계형 인수합병(M&A) 전문 기업이 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130억원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벤처투자사인 앤틀러코리아는 중소기업 M&A 매칭 플랫폼을 직접 맡아 육성에 나섰다. 상속세 부담과 후계자 부재로 존속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이 많아져 VC들이 새로운 승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0억원 투자받은 리버티랩스

중소기업 인수에 VC 뭉칫돈 몰린다

1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M&A 전문 기업 리버티랩스는 SBVA 등 대형 VC들에서 13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등 국내 주요 투자사가 돈을 넣었다. 리버티랩스는 존속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직접 인수하고, 각 기업의 독립성을 유지한 채 직원 소유 기업으로 전환하는 모델을 운영한다. 사모펀드와 달리 인수한 기업을 바로 매각하지 않고 장기 보유한다. 리버티랩스 관계자는 “인수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재무, 인사 등의 디지털 전환도 지원한다”고 말했다.

2023년 설립 후 2년여간 400곳이 넘는 중소기업과 승계 문제를 논의하고 기업 두 곳은 직접 사들였다. 최근 인수한 급식 서비스 기업 이든푸드서비스는 창업주 윤주현 대표가 고령으로 퇴임을 결정하면서 리버티랩스의 손을 잡았다. 회사 측은 올해 안에 4개 이상의 중소기업을 추가로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 고용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 52.6%가 후계자 부재로 인해 폐업 위기에 놓여 있다. 후계자를 찾지 못해 사모펀드에 회사를 넘긴 중소기업들은 직원 구조조정 및 단기 매각 추진 등으로 회사가 망가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PE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소 제조기업들은 자녀들이 손에 기름 묻히는 것을 꺼리는 데다 상속세 문제도 있어 승계가 쉽지 않다”며 “30인 이하 작은 회사는 PE들이 적극적으로 인수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AI로 거래 성사율 극대화

빈틈이 생긴 중소기업 M&A 시장을 혁신하려는 새로운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다. M&A 매칭 플랫폼 ‘쿠키딜’ 운영사 프렉탈테크놀로지는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투자사 앤틀러코리아의 지원을 받았다. 기업 정보를 통합해 M&A 거래 상대방의 변동 조건을 실시간 반영하고 거래 성사율을 극대화한다. 딥서치의 리스팅은 기업 매칭, 평가, 분석 등 승계 M&A 프로세스를 AI로 자동화한다.

올해 신설된 모태펀드 기업 승계 M&A 분야에 PE가 아닌 VC들이 지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나우IB캐피탈이 이 분야에서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해 쇼트리스트에 올랐다.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등 VC 세 곳이 이 분야에 도전장을 냈다.

일본과 미국에선 이미 데이터와 기술을 적용한 중소기업 인수 모델이 활성화돼 있다. 제조 중소기업 6곳을 인수해 수익을 내고 있는 일본 NGTG가 대표적이다. 미국 팀셰어스는 중소기업을 사들인 뒤 직원 소유 기업으로 전환한 사례만 120건이 넘는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