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사이란 얼마나 다정한가[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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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리 에세이스트 비밀스럽게 좋아하는 카페 하나쯤은 있지 않은지. 그런 곳을 나는 ‘우연한 카페’라고 부른다.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아 그리 이름 붙였다. 주택가 골목에 숨어 있는 우연한 카페는 소박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테이블 네 개가 전부, 나무 창문이 액자처럼 나 있었다. 창문으로 길고양이 지나가고, 나무가 우거지고, 낙엽이 내려앉았다가, 고요히 눈이 내렸다. 그 자리에 앉아서 계절이 지나가는 걸 지켜보았다. 카페 주인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그토록 아끼는 카페지만 자주 가지는 못했다. 모처럼 여유가 생겨 온전히 홀로 보낼 수 있을 때만 찾아가니까. 오랜만에 우연한 카페에 갔다. “너무 오랜만이죠.” 인사를 건네자 “잘 지내셨어요? 편히 있다가 가세요”라며 주인이 반겼다. 커피를 내리는 동안 우리는 날씨 얘기를 하다가 카페에 흐르는 노래 얘기를 나눴다. 구석 자리에 앉아서 밀린 일기를 썼다. 내가 쓰는 ‘5년 일기장’에는 지난해와 재작년 오늘의 기록이 한 페이지에 모여 있다. 막상 일기를 쓰려다가 추억에 빠지기 일쑤, 그래서 낭패일까 낭만일까 싶은 시간을 보내곤 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맘때 적어둔 일기에 우연한 카페 얘기가 있었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숨은 카페를 발견했다. 들어가 자리에 앉았을 때 창밖을 보며 조그맣게 감탄했다. 밖에서는 볼 수 없지만,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거기 있었다. 커피를 주문하다가 지금 나오는 영화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주인은 그걸 기억하고 내내 그 음반을 틀어주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영화 같은 오늘을 쓴다. 우연은 간혹 믿을 수 없는 행운을 이끈다.’ 지난해에도 여기서 일기를 썼다. ‘대단히 낭만적인 문장을 읽었다. 사랑과 인식의 출발이라는 오래된 책에서 발견한 문장. 영원의 시간이 발걸음을 죽이고 사뿐히 옮겨 가는 것을 느낄 때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걷잡을 수 없는 쓸쓸함이 그림자처럼 드리울 것이다.’ 일기를 썼다. ‘나는 이 자리, 이 커피, 이 음악, 이 분위기를 좋아해. 이 환대를 좋아해.’ 진정한 환대란 이런 것이라고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낯선 이에게 의자를 내어주며 “여기 앉으세요.” 조용히 말을 건네는 것이라고. 반갑게 맞아 정성껏 대접한다는 환대(歡待). 그 한자를 들여다보면 내게는 ‘기쁘게 기다린다’는 말처럼 읽힌다. 반기는 마음 이전에 기쁘게 기다리는 마음이 스며 있는 걸까. 떠들썩하지 않아도 조용한 말에서 나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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