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정승환이 돌아왔다. 육군 군악대에서 복무했던 그는 지난 1월 만기 전역한 뒤 페스티벌과 예능프로그램, 팬 콘서트 등으로 부지런히 팬들과 만났다. 이제는 새로운 곡으로 그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시간이다.
정승환은 13일 오후 6시 새 싱글 '봄에'를 발매한다. 군 복무를 마치고 발표하는 첫 작업물이다. 전날 서울 강남구 안테나 사옥에서 만난 정승환은 "전역하고 첫 공식 행보라 유독 많이 긴장된다. 이제 다시금 가수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조심스레 소감을 밝혔다.
약 2년간의 공백은 그를 두근거리게 했다고 한다. 가수로서는 지극히 평범한 녹음실에 가는 일정마저도 '군인 정승환'으로 살았던 그에게는 설렘을 줬다. 정승환은 "금세 다시 녹아들 줄 알았는데…"라면서 "녹음실에 가고, 악기 녹음하고, 편곡하고, 가사를 쓰고, 믹스하는 과정을 다시 거치니까 '아! 나 가수였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무의식중에 군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벅차고 감회가 새로운 순간들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봄에'는 만물이 피어나는 것처럼 얼어 있던 감정이 움트기 시작하는 봄의 모습을 닮은 두 가지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가슴 아픈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스탠다드 발라드곡 '하루만 더', 중독성 있는 후렴구 멜로디와 적재적소에 포진된 산뜻한 사운드의 조화가 봄의 정취를 물씬 자아내는 '벚꽃이 내리는 봄길 위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총 2곡으로 구성됐다.
타이틀곡 '하루만 더'는 정승환과 '친구, 그 오랜시간' '별' '언제라도 어디에서라도' 등으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해온 서동환 작곡가와 다시 의기투합한 작업물이다. 정승환은 "전역 후에 작업했다. 휴가를 나올 때마다 오래된 친구인 서동환 작곡가와 곡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나눴는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건 2월 초부터다. 그 친구 작업실에서 다양한 곡들을 들어봤고, 가사가 없는 후렴 멜로디가 먼저 나왔다. 이걸 잘 살려보면 좋겠다고 해서 그 친구와 작업실에서 붙어있으면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정승환은 이번에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에 특히 집중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작곡, 작사, 편곡에 있어서 필요 이상으로 관여했던 적이 있었다. 제가 다 만든 노래라면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맞지만, 이번에는 작곡·편곡에서 원하는 방향성이나 얻고자 했던 콘셉트를 해당 역할을 갖고 계신 분에게 말하고, 나는 노래에 더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제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작업에 임하는 태도에 있어서 예전보다 더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녹음 시간을 줄이는 게 목표이자 숙제인데, 이번에 전보다 더 오래, 횟수도 더 많이 녹음하는 걸 보면서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다. 하루 8시간 정도 혹은 그 이상으로 12시간도 녹음했다. 한두 번으로 끝난 것도 아니고 계속 엎으면서 네다섯 번은 했다"고 답했다.
본인의 목표는 "두세 시간 안에 녹음을 끝내는 것"이라면서 "간절한 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처럼 생각하는 건 원 테이크에 끝내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터뷰 중 목소리에서 가장 신남이 느껴졌을 때는 군대 얘기를 할 때였다. 가수 정승환에게나, 인간 정승환에게나 군 복무는 새로운 전환점으로 작용한 듯했다.
정승환의 노래는 남성들에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곡이 많기에, 그는 군대 안에서도 팬 사랑을 느낄 순간이 꽤 있었다. 정승환은 "군대를 다녀온 분들이 '군대에서 네 음악이 꽤 인기가 좋다. 많이들 부른다'고 했었는데 정말 그렇더라"면서 "노래방에서 내 노래를 즐겨 부른다는 친구가 있어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저걸 한 번 해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더라. 고맙다고 말하면서 한 번 안아줬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신곡 '하루만 더'를 두고도 "역대급으로 노래방에서 많이 불릴 것 같은 곡"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서동환 작곡가는 지난 3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정승환이 노래 실력이 더 늘어서 왔다"고 얘기한 바 있다. 군대에서 어떤 노력을 한 것이냐고 묻자 정승환은 "무협물을 좋아하는데, 군대에서 보낸 시간은 마치 '폐관수련(외부와 연락을 끊고 특정한 곳에서 수련하는 것) 같았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군인은 일과가 정해져 있고, 난 군악대라서 연습하는 공간도 갖추어져 있었다. 무엇보다 같이 지내는 친구들이 성악, 클래식을 전공하는 친구들이었다. 이 친구들의 성량이 진짜 말도 안 된다. 동시에 이야기하면 내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그 친구들에게 발성을 많이 배워서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면서 "그 친구들과 함께 해나가면서 원초적인 것들에 집중하게 됐다. 음향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혹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해내야만 했다. 군악병은 공연이 곧 임무라서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열심히 해왔던 시간이 내겐 피가 되고 살이 됐다"고 털어놨다.
내면 역시 "어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정승환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연차도 쌓이고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 예전엔 작은 거 하나에 시간과 마음을 빼앗겨서 정작 중요한 걸 놓쳤다"면서 "조금 더 여유를 갖게 된 것 같다. 입대 전에는 모든 걸 다 신경 쓰고 품으려고 하는 욕심이 앞섰다면, 지금은 제 역할에 충실하면서 제가 할 수 없는 영역들을 해주는 분들을 믿고 맡기려는 마음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그런 그를 유희열 안테나 대표는 한 발짝 뒤에서 바라봤다고 한다. 정승환은 "대표님이 항상 진두지휘했다. 합주나 앨범 작업을 할 때 항상 이것저것 피드백을 주곤 했는데 이제는 쓱 보더니 '알아서 잘하겠다'라고 말하고는 가더라"고 전했다.
물론 이날 유희열은 정승환이 보이지 않는 인터뷰 대기 장소에서 취재진에 일일이 인사를 건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승환은 유희열과 자신의 관계를 "자식들이 네발자전거에 두발자전거로 넘어갈 때 (부모가) 밀어주고 있는 거 같은데 돌아보면 멀리서 손 흔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는데, 그와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벌써 안테나와 동행한 지 10년이 됐다. 처음 회사에 들어올 때 스무 살이었던 정승환은 서른 살이 됐다. 그는 "OB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당장 지금은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고, 음악적 선배로서 도움이 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저를 조금 더 갈고 닦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소리 하나로 설명되는 가수가 되고 싶다. 가수에게 목소리는 지문 같은 것이지 않나. 예쁜 지문을 가진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10년 뒤의 제 모습이요? 어떤 모습이면 좋을지 상상을 해보자면 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스무살 때도 제 바람은 똑같았었거든요. 1년 뒤의 제가 1년 전보다 노래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거였죠. 마흔 살에는 저 자신도 놀라울 정도로 노래를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사랑받고 있었으면 좋겠고, 후배·동료·선배님들에게도 귀감이 될 수 있을 만큼 좋은 가수가 되어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가 좀 동안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해서, 외모도 그대로였으면 좋겠어요." (웃음)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