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우승 이어 4강 PO도 통과…일찌감치 '장외 신경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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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16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프로농구 원주 DB와 서울 SK의 경기. SK 전희철 감독이 고심하고 있다. 2025.3.16 yangdo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023년 5월 7일은 프로농구 서울 SK를 이끄는 전희철 감독에게 잊을 수 없는 날로 남았다.
이날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7차전에서 전 감독의 SK는 안양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와 연장 끝에 97-100으로 패했다.
염원했던 우승이 눈앞에서 물거품이 됐다.
사실 2022-2023시즌 전 감독과 SK가 가장 우승에 가까이 간 순간은 이틀 전에 열린 6차전이었다.
3승을 먼저 챙긴 SK는 6차전 3쿼터 종료 2분 전 67-52로 멀리 달아났다.
상대 3점이 림을 외면하는 가운데 자밀 워니의 3점은 깨끗하게 그물을 갈랐다. 경기 주도권이 완전히 SK 쪽으로 넘어갔다.
KGC인삼공사를 지휘한 김상식 감독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나타났다.
그런데 갑자기 흐름을 끊는 버저가 울렸다. 이대로 리드를 유지하기만 하면 우승을 확정하는 SK의 전 감독이 작전시간을 요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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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서울 SK와 수원 kt의 경기. SK의 자밀 워니의 절묘한 패스와 오재현의 슛으로 승기를 잡은 뒤 전희철 감독과 김선형을 비롯한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25.4.23 hkmpooh@yna.co.kr
몰아치던 SK의 기세는 식었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인삼공사는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었다.
주포 오마리 스펠맨 대신 대릴 먼로를 중심으로 공격을 재편한 인삼공사는 4쿼터를 30-10으로 압도해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왔다.
86-77로 이긴 인삼공사는 7차전 연장 승부 끝에 최종 승자가 됐다.
전 감독은 7차전이 끝난 뒤 눈물을 흘렸다.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한동안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자책감에 괴로워한 그는 "6차전에서 내가 너무나 큰 실수를 했다"며 "고생한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전 감독과 SK가 다시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는 데 2년이 걸렸다.
지난 시즌 줄부상에 신음한 SK는 우승팀 부산 KCC에 밀려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떨어졌다.
선수단 개편 없이 다시 도전장을 던진 전 감독은 올 시즌에는 41승(13패)을 챙겨 정규리그 우승을 이뤘고, 4강 PO에서도 수원 kt를 3승 1패로 제압해 챔프전으로 향한다.
SK가 상대적으로 순탄하게 정규리그와 PO를 치른 건 전 감독이 노련하게 선수단을 관리한 덕이다.
SK에서는 주전 3명(김선형·안영준·오재현)이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고, 주포 워니는 올 시즌이 KBL에서 마지막이라고 공언한 상황이다.
팀 승리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대접받아 마땅한 선수인지 코트에서 증명하고픈 예비 FA들의 욕심을 억누르고, 선수단 전반의 의욕을 고취하는 일이 시즌 내내 전 감독의 숙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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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10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서울 SK 전희철 감독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오른쪽은 SK 자밀 워니. 2025.4.10 hwayoung7@yna.co.kr
전 감독은 4강 PO에서 팀플레이보다 개인 공격에 집중하는 모습이 나타나자, 이례적으로 기자회견 중 선수들을 맹비난하더니 내부 회의에서도 강하게 질타했다고 한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안영준은 지난 25일 4강 PO 2차전이 끝난 뒤 "감독님께서 때리는 것 빼고는 다 하셨다"고 말했다.
때로는 선수들을 달래고, 때로는 윽박지르면서 챔프전에 도달한 전 감독은 이제 우승만 바라본다.
2년 전 자신의 실수로 우승 트로피를 눈앞에서 놓쳤다는 자책감에 시달린 전 감독은 남다른 각오를 품고 챔프전에 임한다.
전 감독의 챔프전은 SK가 4강 PO를 통과한 순간부터 시작됐다.
전 감독은 지난 29일 kt와 4강 PO 4차전 69-57 승리를 지휘해 챔프전 진출을 확정한 뒤 "LG는 왜 SK를 우습게 보느냐. 기분이 나쁘다"라며 일찍부터 장외 신경전을 시작했다.
울산 현대모비스를 3연승으로 따돌리고 챔프전에 선착한 창원 LG 구성원들이 'SK가 더 수월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인터뷰 내용을 언급하며 마지막 상대에 대한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전 감독은 "조상현 감독에게 전화해서 SK가 뭐가 쉽냐고 물어봐야겠다. 미디어데이 때도 'SK의 쉬운 점 3가지'를 대보라고 하겠다. 감독이 쉬운지, 워니가 쉬운지, 속공이 쉬운지"라며 꼬집었다.
갑자기 LG를 때리는 이 같은 화법은 '외부의 적' LG의 존재감을 키우면서도 선수단 내부의 단합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 감독의 SK와 조상현 감독의 LG가 맞붙는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은 다음 달 5일 오후 2시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1차전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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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1일 경남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서울 SK 나이츠 경기. SK 전희철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5.1.1 image@yna.co.kr
pual07@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4월30일 11시42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