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양자컴퓨팅 기업 퀀티넘은 지난해 신형 양자컴퓨터 모델인 H2-1을 공개했다. 56큐비트가 적용된 이 모델은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랜덤 서킷 샘플링(RCS) 알고리즘’ 테스트에서 기존 모델보다 100배 이상의 성능을 보였다. 성능보다 더 주목받은 것은 전력 소모량이다. 전통적 슈퍼컴퓨터와 비교해 소모 전력이 3만분의 1에 불과했다.
인공지능(AI) 발전이 촉발한 전력 소모량 폭증을 해결할 대안으로 양자컴퓨터가 떠오르고 있다. 양자컴퓨터와 AI를 결합한 ‘QAI(QuantumAI)’를 활용하면 연산 속도를 극대화하고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양자컴퓨팅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미국의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벤처캐피털(VC)이 양자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19억달러(약 2조6000억원)로 전년(8억달러)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AI 알고리즘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대표적인 분야가 신소재·신약 개발이다. 단백질 등의 분자 구조 분석은 경우의 수가 천문학적으로 많아 양자컴퓨터 연산에 적합하다. 지난 3월 캐나다의 양자 기업 D-웨이브는 양자컴퓨터로 자성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슈퍼컴퓨터로 100만 년이 걸리는 작업을 20분 만에 끝냈다고 했다.
최적화 문제나 재료 시뮬레이션 등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양자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보잉은 항공기 코팅용 부식 방지 물질을 개발하기 위해 양자컴퓨터를 쓰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배터리의 화학 작용 시뮬레이션 용도로 활용 중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