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주도권 강화→연구의 정치화 우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공공연구노조)이 31일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를 환영한다는 성명성를 발표했다. 다만 연구현장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재명정부는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PBS(Project-Based System)를 폐지하고 연구기관의 인건비와 경상비를 100% 출연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연구 생산성 향상이라는 이름 아래 시행된 PBS는 수십 년 동안 연구자들을 끝없는 경쟁과 과제 수주 압박에 시달리게 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기관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연구 수행을 막고 연구 현장을 황폐화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정종오 기자]](https://image.inews24.com/v1/9f66c1daff1d1f.jpg)
공공연구노조 측은 “PBS 제도의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며 이번 결정은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기본 환경을 마련하는 데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BS 폐지를 위한 보완 장치로 제안한 방안들이 연구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연구의 독립성을 향상하기 위한 PBS 폐지의 본질적 취지를 훼손하는 점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일반사업 내 (가칭) 정부지원과제를 신설해 주무부처의 연구과제를 의무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고유사업 내 수시과제의 비중을 100% 늘려 정부부처의 연구과제 수요를 의무적으로 대응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공공연구노조 측은 “이 안은 1999년 경제·인문·사회 계열 연구기관을 부처 소속에서 총리실 산하로 통합 개편하며 추구했던 연구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원칙을 크게 훼손하는 방안”이라며 “인건비와 경상 운영비가 부족한 연구기관의 독립적 연구 수행을 보장하겠다고 PBS를 폐지하면서 오히려 부처의 주도권을 강화한다면 연구의 정치화와 함께 연구의 중립성과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금액기준의 수탁과제 총량의 제한은 꼭 필요한 연구를 방관하게 하고 연구의 질과 연구자 유인력을 떨어뜨릴 우려도 있다고 진단했다. 수탁과제의 총량을 지난해의 50%로 제한하게 되면 과제의 수는 줄지 않고 과제비만 줄이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란 거다.
그 결과는 연구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공연구노조 측은 “국정기획위원회는 연구자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를 확대하기 위해 능률성과급을 지속 보장하고 개인성과급을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며 “수탁과제 수주액의 급격한 감소는 능률성과급과 개인성과급에 대한 급격한 감소를 동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개인성과급의 경우에도 설계 내용에 따라 연구자와 비연구자, 연구책임자와 연구진 등 연구현장에서 노노 갈등과 분열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어 보다 세심한 설계가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연구기관 사이, 정규직과 무기직간 임금격차를 해소할 방안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26개 연구기관 간에는 임금 격차가 커서 유사한 경력자들 사이에 연봉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국무총리실과 과기정통부 소관 정부출연구기관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전문생산기술연구소에 대한 PBS도 폐지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공연구노조 측은 “산업부 소관 전문생산기술연구소는 100% PBS로 운영되는 기관이 많아 PBS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며 “PBS 문제로 연구자들은 필요한 임금을 확보하기 위해 극심한 수주 경쟁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지속적 초과근로로 피로도가 높아져 왔다”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포토뉴스
